자금 부담·사업 구조 이질성...인수 참여 여부 아직 결정 無...인수가 10조 이상 가능성 커...업계 “사업 시너지 크지 않아”

▲ 포스코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 HMM 인수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철강업계와 증권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 전경. ⓒ영남경제 자료

포스코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 HMM 인수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철강업계와 증권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그룹 차원의 전략적 시너지와 비용 절감 효과가 클 수 있지만, 인수 자금 부담과 사업 구조의 이질성으로 인해 실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동시에 제기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삼일PwC, 보스턴컨설팅그룹, 로펌 등으로 자문단을 구성하고 HMM 인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룹사업과의 전략적 시너지를 살펴보는 단계”라며 “인수 참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단순 관심을 넘어 본격적인 실사 단계에 들어간 셈이다.

포스코는 철광석·석탄 등 원재료 수송을 위해 이미 선박 36척을 장기용선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연간 운반보관비가 2조6000억원에 달한다.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상반기 운반보관비는 1조36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물류비 절감은 생존 전략의 필수 요소로 꼽힌다.

실제 포스코홀딩스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 5.72%에서 2023년 4.58%, 2024년 2.99%로 하락했다. 올 상반기도 3.46%에 그쳤다. 장인화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생존을 위해 원가 구조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포스코는 물류 사업 진출을 꾸준히 시도해왔다. 2011년 CJ대한통운 인수전에서 삼성SDS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뛰어들었고, 2021년에는 포스코터미날과 포스코 물류부문을 합쳐 포스코플로우를 설립했다.

포스코플로우는 지난해 매출 2조 5054억원, 영업이익 334억원을 기록했지만, 매출의 95%가 그룹 내부 의존에 그쳤다. 그룹 외부로의 사업 확장성은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HMM 지분 36.02%의 가치는 약 8조 5285억원으로 평가된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인수가는 10조원 이상이 될 수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현금성 자산은 7조원,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자금 시재는 16조 5천억원 수준이다.

인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은 있으나, 올해만 설비투자(Capex)로 8조 8천억원이 예상되고 인도 제철소 건설(5조원),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로 제철소 출자 등 굵직한 투자도 남아 있어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업계와 증권가는 포스코의 기대와 달리 HMM 인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본다.

KB증권은 보고서에서 “포스코는 벌크선을 주로 활용하지만 HMM 매출의 80% 이상은 컨테이너선에서 발생한다”며 “사업적 시너지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HMM 전체 인수보다 컨테이너선 외 사업부문 등 일부 자산만 전략적으로 인수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법적 제약도 변수다. 해운법(제24조 7항)에 따르면 특정 대량화물 화주가 사실상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법인이 해상운송업에 진출하려면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업계 반발 가능성도 크다. 2020년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 설립을 추진할 당시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국내 물류업체에겐 젖줄 같은 기업이 제3자 물류기업의 희생을 담보로 자체 이익을 챙긴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HMM 인수에 나설 경우 이 같은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

포스코의 HMM 인수 검토는 단순한 투자 여부가 아니라, 철강업 불황 속 원가 혁신이라는 생존 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인수 비용, 시너지 효과, 제도적 제약, 업계 반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난제가 산적해 있다.

시장 관계자는 “포스코가 전면 인수보다는 전략적 제휴나 일부 자산 인수 등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물류비 절감 효과가 재무적 부담을 상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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