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DX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최종 지정되면서, 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과 경영 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 8월 28일 금감원은 포스코DX가 2023년 11월 체결한 768억 원 규모의 캐나다 ULTIUM CAM社 스마트팩토리 자동화 시스템 공급계약 변경을 제때 공시하지 않은 점을 중대한 위반으로 판단, 과징금 800만 원을 부과했다.

계약 변경 규모는 직전년도 매출액의 5%를 넘어 상장사로서 반드시 공시해야 하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포스코DX는 무려 5개월간 공시를 지연하다가 뒤늦게 보고했다. 시장과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판단에 직결되는 중요 정보가 제때 제공되지 않아 막대한 신뢰 손실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주가는 공시 지연 이슈가 불거진 직후 상한가에 근접했다가 곤두박질치는 등 급등락을 반복하며 변동성이 극대화됐다.

개인 투자자들은 “중요한 계약을 늦게 알린 탓에 투자판단이 왜곡됐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소액주주는 “주주를 기만한 행위”라며 집단 대응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내부 직원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부끄럽다, 포스코DX 불성실법인 지정”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직원이자 주주로서 주가 하락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다”며 “공시 전담 부서가 있는데도 3개월 이상 지연 공시가 이뤄졌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직원은 “회사에 이 정도 손실을 입혔는데도 아무런 인사 조치가 없는 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실무 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최근 2년간 포스코DX는 14건의 공시 정정을 기록했으며, 이번 불성실공시 지정은 내부통제 시스템이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기업 투명성은 곧 시장 신뢰”라며 “대규모 계약 공시를 누락한 것은 투자자 기만으로 해석될 수 있다. 내부 감사와 감시 기능이 무력화된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내부 주주들 사이에서도 후속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시 담당 책임자에 대한 문책, 대외 신뢰 회복 방안 마련, 재발 방지 대책 공지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는 상위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감사실 차원의 특별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블라인드 게시글에는 “포스코DX 내부 감사 기능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그룹 차원의 감사를 통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올라왔다.

시장에서는 이번 불성실공시 지정이 포스코DX뿐만 아니라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투명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특히 최근 ESG 경영,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핵심 평가 지표로 부상한 만큼, 이번 사태가 그룹 전체 이미지와 해외 투자자 신뢰에까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결국 포스코DX가 이번 위기를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향후 관건이다. 경영 투명성 강화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은 물론, 내부 구성원과 투자자들에게 신뢰 회복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주가 불안과 노조·주주 반발 등 후폭풍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저작권자 © 영남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