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고려대 연구진, 저비용으로 경계선·전체 구조 영상 실시간 전환 성공

포항공과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연구진이 습도 변화만으로 영상 모드를 자동 전환하는 혁신적인 광학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포스텍
▲ 노준석 교수. ⓒ포스텍

포항공과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연구진이 습도 변화만으로 영상 모드를 자동 전환하는 혁신적인 광학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술은 기존의 복잡하고 비싼 광학 장비를 대체할 수 있는 저비용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노준석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의 교수와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김예슬 씨 연구팀은 트레본 베드로 고려대 세종캠퍼스 전자 및 정보공학과 교수팀과 공동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는 재료·광학 분야 국제 학술지 'Laser & Photonics Review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고급 영상 기술에서는 주로 두 가지 모드가 활용된다. 사물의 윤곽이나 경계선을 또렷하게 보여주는 '엣지 검출' 모드와 전체 구조를 고르게 밝게 보여주는 '밝은 영상' 모드다. 기존에는 이 두 모드 간 전환을 위해 메타표면이나 공간 광 변조기 같은 고가의 장치나 복잡한 제작 과정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친수성 고분자인 폴리비닐알코올(PVA) 필름을 핵심 소재로 활용했다. 이 필름은 상대습도에 따라 두께와 굴절률이 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연구팀은 이를 통해 빛의 흐름을 제어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핵심 원리는 '빛의 스핀 홀 효과'에 기반한다. 이는 빛이 물질 표면에서 반사되거나 굴절될 때 편광에 따라 미세하게 다른 경로로 나뉘는 현상이다. 습도 변화에 따른 PVA 필름의 물성 변화가 이 효과를 조절한다는 점에 연구팀이 주목했다.

습도가 낮을 때는 빛이 ‘소용돌이(위상 도넛)’ 형태로 퍼져 엣지 검출 모드가 구현된다. 반면, 습도가 40%에서 60%로 높아지면 PVA 필름이 수분을 흡수해 두께가 약 20나노미터(nm) 증가하고, 빛의 굴절률이 1.52에서 1.50으로 감소한다. 이러한 변화는 빛의 소용돌이 형태를 풀어 ‘가우시안 빔(밝게 퍼지는 빛)’ 형태로 전환시키며 밝은 영상 모드를 나타낸다. 이 과정은 0.1초 이내에 완료되어 실시간 전환이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해상도 타겟과 실제 생물 조직을 대상으로 시스템 성능을 검증했다. 습도 40%에서는 물체의 테두리만 선명하게 나타났고, 습도 60%에서는 화면 전체가 균일하게 밝아졌다. 플라나리아와 소장 조직 절편 실험에서도 경계선 강조와 내부 구조 관찰이 모두 가능함을 확인했다.

노준석 교수는 "저비용, 간단한 구조, 빠른 반응성이 이 기술의 장점"이라며 "현미경, 휴대용 센서, 의료 내시경 등 장비에서 부품 수와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작고 가벼운 의료 및 과학 장비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예슬 씨는 "습도라는 환경과 빛의 물리 현상을 결합해 저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광학 플랫폼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포스코홀딩스 N.EX.T Impact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 한국연구재단 연구과제, 교육부 대통령과학장학금 등의 재정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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