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국내외 41개 기관이 내놓은 내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8%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 28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1.6%보다 0.2%포인트 높고, 정부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시각은 더 낙관적이다. 골드만삭스는 2.2%, JP모건체이스는 2.1%, 스탠다드차타드·BNP파리바는 각각 2.0% 성장을 예상했다.
노무라증권, 알리안츠, 도이치뱅크 등 8개 기관도 평균보다 높은 1.9%를 제시했다. 반면 피치(0.9%), 캐피털이코노믹스(1.4%) 등 일부 기관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들 41개 기관 중 35곳이 한국은행 전망치 이상을 제시한 점은 눈길을 끈다.
내후년(2027년) 전망치는 더 높다. 현재까지 전망을 낸 19개 기관의 평균은 2.0%로, UBS는 2.9%라는 최고치를 내놨다.
소시에테제네랄·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등은 2.1%, 스탠더드앤드푸어스·피치는 1.9%로 추정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정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올해 1.9%)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잠재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졌다”면서도 “내년 하반기에는 잠재성장률에 가까운 성장세로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기별 성장률을 보면 한국 경제가 바닥을 지나 회복세로 전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성장률은 -0.2%로 주요 37개국 가운데 31위에 불과했으나, 2분기에는 0.6%로 10위까지 상승했다.
한은은 3분기 성장률을 1.1%로 전망했다. 민간소비 회복과 반도체 수출 확대가 성장세를 견인한 덕분이다.
실제로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28일 기자설명회에서 “반도체 수출이 예상보다 더 늘어 수출 전망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전망치대로라면 한국은 3분기 성장률 기준 주요 37개국 중 최소 5위권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성장세를 제약할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무엇보다 미국의 관세 인상 정책이 한국 수출에 미칠 영향이 최대 변수다.
한·미 통상협상과 정상회담에서 잠정 결정된 관세율이 실무 협상 과정에서 변동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중 간 무역 갈등 역시 향후 수출 회복세를 흔들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국내 건설 경기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창용 총재는 “올해 건설투자가 8.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만약 이 수치가 0%로만 개선돼도 연간 성장률이 2.1%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건설 경기의 파급력을 강조했다.
실제 부동산 시장 침체와 SOC 투자 축소가 이어질 경우 성장률 제약 요인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반도체 경기 회복과 내수 진작이 성장률 반등을 견인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잠재성장률 제고가 근본 과제라고 지적한다. OECD가 추정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난해 2.2%에서 올해 1.9%로 떨어졌다. 인구 감소와 투자 부진, 생산성 저하 등이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내년 이후 2%대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반도체 단일 산업 의존도를 낮추고, 건설·서비스업 등 내수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생산성 향상과 투자 확대를 통한 잠재성장률 복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강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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