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빈자리 조절로 열전 효율 91% 향상...리사이클 전기에너지로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연구진이 산소 원자의 '빈자리'를 정밀 조절해 버려지는 열을 전기로 변환하는 기술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진현규 POSTECH 기계공학과 교수와 김민영 박사 연구팀은 신소재공학과 이동화·최시영 교수,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조셉 헤레만스(Joseph P. Heremans)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이같은 성과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현재 산업 현장과 일상생활에서 막대한 양의 열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다. 공장 굴뚝에서 배출되는 고온 증기, 자동차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 전자기기 사용 시 발생하는 열 등이 모두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폐열을 전기로 재활용할 수 있다면 에너지 효율성 향상과 환경 문제 해결에 동시에 기여할 수 있다.
과학계에서는 온도 차이를 활용해 열을 전기로 변환하는 '열전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횡방향 열전 기술'은 열 흐름 방향과 수직으로 전류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구조의 단순성과 높은 효율성으로 인해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기존 기술은 소재 고유의 특성에만 의존해 실용화 가능한 재료의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보여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소의 '빈자리'에 착안했다. 산소 빈자리는 원래 위치해야 할 산소 원자가 결여된 미세한 공간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재료의 결함으로 여겨지는 이 현상을 연구팀은 오히려 성능 향상의 핵심 요소로 활용했다.
실험 결과, 산소 빈자리 농도를 달리한 세 종류의 시료 중 산소 빈자리가 가장 많은 시료에서 열전 성능이 91% 향상되는 결과를 확인했다. 이는 기존 대비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성능 개선을 의미한다.
성능 향상의 메커니즘은 두 가지로 분석됐다. 첫째, 산소 빈자리 증가로 재료 내 전하 캐리어의 온도 구배 방향 이동이 활성화되면서 '엔트로피 기반 이동'이 강화된다. 둘째, 산소 빈자리가 결정 구조를 미세하게 변형시켜 전하 흐름의 일부를 횡방향으로 유도하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진현규 교수는 "복잡하고 고가의 신소재 개발 없이 기존 재료의 결함 조절만으로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 성과"라며 "이 전략은 다양한 열전 소재에 광범위하게 적용 가능해 더욱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에너지 회수 기술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견연구사업,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 컴퓨팅활용고도화사업과 교육부 기초과학연구역량강화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