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승인 전 동호수 지정 등...5000만원 계약금 사전 요구...견본주택 미신고 무단 운영...리조트 사업 선회 가능할까
울릉도에서 ‘블루씨온’ 브랜드 명칭으로 불법 임대아파트 모집을 시도해 물의를 빚은 사업시행자(본지 7월 28일, 8월 4일 보도)가 최근 사업승인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사업승인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동호수까지 지정하며 사전에 임차인 모집한 데다 견본주택 또한 무단 운영으로 파문이 일으킨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사업을 백지화한 것이다.
광주시에 주소를 둔 사업시행자 A사는 네이버 등에 대대적으로 광고를 올리고, 무궁화신탁 계좌를 통해 계약금을 받으며 입주 희망자를 모집한 바 있다.
블루씨온은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 일원에 지하 4층~지상 22층, 3개 동 143세대 규모의 임대아파트 사업을 위해 건축허가 신청만 해놓고 승인은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처럼 불법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59A 타입(25.7평형)의 경우 10년 전세 보증금 5억3천여만원에 향후 분양 전환 시 2억6천만원을 추가로 요구하는 구조를 내세웠다. 총 분양가는 7억9천여만원, 평당 3천만원이 넘는 고가였다.
문제는 사업승인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동호수까지 지정해 주겠다며 최소 5천만원의 계약금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시행사 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1차 계약금 1500만원만 넣으면 로열층을 선점할 수 있다”, “발코니 확장과 시스템 에어컨도 무상 제공한다”, “필요하다면 전대를 통해 월세 수익도 가능하다”는 등 분양 영업에 가까운 언행을 서슴지 않았다.
이는 명백히 주택법 및 민간임대주택법 등을 위반하는 소지가 있는 행위인 데다 승인 여부에 따라 세대수·동호수 변경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투자자를 사실상 기만했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사태는 견본주택에서도 반복됐다. 울릉읍 사동리에 설치된 블루씨온 견본주택은 원래 ‘울릉 하늘채더퍼스트 지역주택조합’이 2023년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를 마친 건물이다.
그러나 하늘채 사업이 중단되자 블루씨온이 이를 아무런 변경 절차 없이 흡수해 사용했다.
가설건축물은 법적으로 최대 3년까지만 존치 가능한 임시 건축물로, 건축주 변경 시 새로운 축조신고가 필요하다. 일반 건축물처럼 등기를 통해 간단히 소유자가 바뀔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블루씨온은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고 기존 건물을 견본주택으로 홍보해왔으며, 울릉군은 뒤늦게 현장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이 원건축주(하늘채 조합)에 돌아갈 수 있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 와중에 울릉군 관계자에 따르면 견본주택은 현재 시공업자와의 금전 문제까지 얽히면서 출입조차 막힌 상태다. 복합적인 압박 속에서 블루씨온은 최근 결국 143세대 규모 아파트 사업계획 승인을 자진 철회했다.
울릉군 관계자는 “시행사가 아파트 대신 기존 리조트 개발 쪽으로 방향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지역 사회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사업 차질이 아닌 “주민과 투자자를 속인 전형적 부실·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승인 전 사전 계약, 불법 가설건축물 운영, 법적 분쟁까지 겹친 상황은 “처음부터 정상적인 사업 의지가 있었는지조차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건축 전문가 A씨는 “애초부터 절차를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사업을 밀어붙인 결과가 드러난 것”이라며 “자진 철회는 불가피한 상황인데 이 과정에서 울릉군민을 대상으로 불필요한 피해와 불안을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블루씨온이 리조트 사업으로 선회하더라도 신뢰는 이미 크게 흔들린 상태다. 지역 주민과 투자자들은 “단순히 사업 철회로 끝날 일이 아니다”며 “사전 계약 과정과 불법 견본주택 운영 실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행정적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울릉도에 대규모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첫 민간 사례로 주목받던 블루씨온. 그러나 불법 논란과 무책임한 태도로 얼룩진 이번 사태는, 앞으로 울릉군에서 추진되는 모든 대규모 개발 사업에 더 강력한 행정 관리·감독이 불가피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