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추천제 도입·이사 선임 다원화…정치권 힘겨루기 본격화 전망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국무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 공포안을 의결하면서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됐다.

공포 즉시 시행되는 개정안은 KBS 이사회를 11명에서 15명으로 확대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이사 추천권을 없앴다.

대신 국회 교섭단체(6명), KBS 시청자위원회(2명), 임직원(3명), 관련 학회(2명), 변호사 단체(2명) 등 다양한 주체가 이사를 추천하도록 했다.

사장 선임 절차도 대폭 강화된다. KBS·MBC·EBS 이사회는 반드시 ‘사장후보 국민추천위원회’를 두고, 성별·연령·지역을 대표하는 100명 이상 시민위원단이 후보자 경영계획 발표와 토론을 거쳐 복수 후보를 추천한다.

이사회는 이 가운데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사장을 임명한다. 이는 정권의 낙하산 인사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EBS 이사회도 국회 교섭단체와 관련 기관 추천 인사 13명으로 새로 구성된다.

연합뉴스TV·YTN 등 보도전문채널 역시 사장추천위원회를 꾸려야 하며, SBS·MBN·JTBC·채널A·TV조선 등 민영 지상파와 종편까지 편성위원회 설치 의무가 확대된다. 편성위는 사내 추천 5명과 보도·제작 종사자 추천 5명으로 구성된다.

정치권 반발도 거세다. 국민의힘은 “국회 다수당이 이사회 추천권을 독점해 공영방송 장악을 시도한다”며 위헌 소송을 준비 중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입김을 차단하고 국민 참여를 제도화한 개혁”이라고 맞선다. 특히 국민추천위가 실제로 독립적으로 작동할 경우, 공영방송의 자율성과 투명성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공영방송 독립성을 높일 제도적 토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교섭단체 추천 비중이 40%에 달하는 만큼 여야 정치 갈등이 이사회로 옮겨갈 가능성을 우려한다.

또한 국민추천위가 형식적 절차에 그칠 경우 또 다른 정치 개입 창구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번 방송법 개정은 한국 언론사에 중대한 분수령이다. 정권의 직접 개입을 줄이고 국민 참여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개혁 성과로 기록될 수 있지만, 정치권 힘겨루기가 새 국면으로 번질 가능성 역시 커졌다.

개혁의 성패는 제도가 실제로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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