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이스 워크 ⓒ포항시
푸른 동해의 물결과 산업도시 특유의 역동성이 어우러진 포항이 사계절 관광지로 재조명받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의 배경으로 수차례 등장하며 ‘바다 도시’ 이미지를 각인시킨 포항은, 넓게 트인 해안 절경과 전통·현대가 공존하는 거리, 그리고 독특한 산업 경관까지 여행객의 발길을 붙든다.

기자는 포항의 대표 명소와 지역 색을 담아 1박 2일 완벽 동선을 구성했다. 바다·전망대·운하·시장, 그리고 포항의 향토음식을 잇는 여정으로, 초행자와 재방문객 모두 만족시킬 코스다.

◇1일차: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풍경 속으로
여행 첫날, 가장 먼저 찾을 곳은 포항 북구 환호공원에 자리한 스페이스 워크다. 길이 333m, 높이 27m, 외형은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닮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계단을 따라 직접 걸을 수 있는 체험형 조형물로, 한 걸음 오를 때마다 시야가 넓어진다.

발 아래로는 울창한 숲과 환호공원의 전경, 멀리 영일만이 펼쳐진다. 정상에 서면 마치 공중을 걷는 듯한 짜릿한 개방감이 느껴진다. 봄에는 연둣빛 숲과 잔잔한 바다, 여름에는 청량한 파도, 가을에는 황금빛 단풍과 푸른 하늘, 겨울에는 맑게 빛나는 수평선이 각각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환호공원을 내려오면 점심으로 포항 물회를 맛보자. 살얼음 육수 속에 담긴 싱싱한 해산물과 아삭한 채소, 새콤한 양념이 여름철 입맛을 깨우고, 사계절 내내 여행의 기운을 더해준다.

식사 후에는 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이가리 닻 전망대로 이동한다. 포항 청하면 이가리에 위치한 이 전망대는 하늘에서 보면 ‘닻’ 모양을 하고 있으며, 끝부분 화살표가 독도를 향하고 있다.

이는 국토 수호의 염원을 담은 상징이기도 하다. 전망대 위에서는 사방으로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고, 발아래 에메랄드빛 파도와 해송 숲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여름에는 파도와 모래사장이 반짝이고, 겨울에는 잔잔한 바다 위로 해무가 피어올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후 늦게는 포항 도심의 영일대 전망대를 찾는다. 영일대 해수욕장 위에 세워진 국내 최초 해상누각 ‘영일정’은 기와지붕과 처마 곡선이 아름다운 전통 한옥 양식을 살렸다.

80m 길이 영일교를 건너면 사방이 바다인 전망대에 도착한다. 맞은편에는 POSCO 제철소의 거대한 설비가, 옆으로는 영일만의 탁 트인 바다가 펼쳐진다.

산업과 자연이 공존하는 포항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해 질 무렵, 붉게 물든 하늘과 누각의 실루엣은 사진 애호가들이 놓치지 않는 장면이다.

저녁은 영일대 주변 해변 식당가에서 회, 해물찜, 조개구이 등 바다 향 가득한 요리를 즐기는 것이 좋다.

식사 후에는 해변 산책로를 걸으며 야경을 감상하자. 포항의 해변은 밤이 되면 시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져 활기를 띠고, 조명과 파도 소리가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여행 첫날의 피로가 씻긴다.

숙박은 영일대 인근의 바다 전망 호텔이나 펜션을 추천한다. 창밖으로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경험은 포항에서만 누릴 수 있다.

◇2일차: 물길 위 산책과 시장의 활기
둘째 날 아침은 여유롭게 해변 산책으로 시작한다. 영일대 해수욕장의 잔잔한 파도와 이른 햇살이 여행의 시작을 부드럽게 열어준다.

아침 식사 후에는 남구 해도동에 위치한 포항 운하로 향한다. 형산강과 영일만을 잇는 1.3km 구간의 물길은 1960년대 말 도시 개발로 매립됐으나, 2013년 복원돼 새로운 관광 명소로 부활했다.

‘포항의 베네치아’라 불리는 이유는, 양쪽으로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조성돼 물과 도시가 한 몸처럼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운하의 백미는 포항 크루즈다. 송도해수욕장을 크게 도는 A코스와 죽도시장을 경유하는 B코스가 있으며, 낮에는 항구의 활력과 어업 현장을, 밤에는 불빛 가득한 운하와 도심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선상 위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과 바닷바람은 포항 여행을 한층 특별하게 만든다.

크루즈를 즐긴 뒤에는 죽도시장으로 향한다. 경북 최대 규모 전통시장인 이곳은 활어회, 건어물, 해물파전, 과메기, 포항 특산물인 과메기김밥 등 다양한 먹거리와 지역 특산품이 즐비하다.

시장 골목을 걷다 보면 상인들의 구수한 사투리와 웃음소리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점심은 시장 내 회센터에서 회덮밥이나 모둠회를 추천한다. 여행의 마지막 식사로 손색이 없다.

점심 후에는 여유롭게 마무리 일정을 즐기면 된다. 예술을 좋아한다면 포항시립미술관을 찾아 지역 작가들의 작품과 기획전을 감상할 수 있다. 또는 해안 카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여행의 여운을 음미하는 것도 좋다.

◇교통·여행 팁
포항은 KTX 포항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지만, 주요 명소가 시내와 외곽에 고르게 퍼져 있어 렌터카를 이용하면 훨씬 효율적인 여행이 가능하다. 각 명소는 자체 주차장을 갖추고 있으며, 성수기 주말에는 주차 혼잡이 심하니 시간 여유를 두는 것이 좋다.

스페이스 워크, 이가리 닻 전망대, 영일대 전망대 등 해안가 시설은 강풍·우천 시 입장이 제한될 수 있다. 특히 스페이스 워크는 신장 110cm 이하 어린이의 출입이 금지되고, 만 12세 이하 아동은 보호자 동반이 필수다.

맛집은 영일대 해변 일대의 해물요리 전문점, 죽도시장 인근의 전통 해산물집, 청하면의 간이해수욕장 주변 횟집 등을 추천한다. 숙박은 영일대와 운하 주변 호텔, 해안 펜션, 도심 비즈니스호텔까지 선택지가 다양하다.

포항은 바다와 도시, 산업과 문화가 한 데 녹아든 ‘복합 매력 도시’다. 1박 2일 동안 스페이스 워크에서의 이색 체험, 닻 모양 전망대에서의 수평선 감상, 해상누각 영일정에서의 일몰, 운하 크루즈와 전통시장의 활기까지 경험한다면, 포항의 진면목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이번 주말, 하늘과 바다를 잇는 길 위를 걷고, 물길과 시장이 들려주는 포항의 이야기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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