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양극재 1호 NCA…전동공구에서 전기차·ESS용으로 진화...일본 소니 품질지도 후 소니에 공급하며 글로벌 경쟁력 키워...누적 공급량 30만 톤, 전기차 300만 대 분량…NCM과 함께 삼원계 양극재 시장 이끌어
2008년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이후 전동공구와 청소기를 넘어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용처를 확대하며 K-배터리 경쟁력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에코프로 NCA 성장의 배경에는 일본 소니와의 협력이 자리한다. 리튬이온전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상용화한 소니는 양극재 품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했다.
니켈 80% 이상 소재에서 흔히 발생하는 잔류 리튬을 2000ppm(0.2%) 이하로 낮추라는 것이었다. 당시 일반 수준인 1만ppm(1%)의 다섯 분의 일로 줄이라는 주문이었다.
에코프로 연구진은 수백 차례 실험을 거쳐 이를 해결했고, 2013년 소니에 시험 공급에 성공했다. 2015년에는 장기 공급 계약으로 이어지며 글로벌 배터리 소재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받았다.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대표는 “소니가 요구한 것은 세상에 없는 하이니켈 NCA였다”며 “수백 개의 시제품과 도전적 연구개발이 고객 다변화의 발판이 됐다”고 회고했다.
에코프로의 NCA는 시장 수요 확대와 함께 판매량도 급격히 늘었다. 2008~2021년까지 전동공구·전기자전거 중심으로 약 10만 톤을 판매했으나, 2022년 이후 전기차와 ESS 수요가 폭증하면서 20만 톤을 추가로 공급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판매량은 약 30만 톤으로, 전기차 3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이다.
특히 최근 ESS 시장이 커지면서 판매량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했다. 회사에 따르면 ESS용 NCA 판매량은 2023년 대비 6배 이상 확대됐다. 이는 고출력·고용량 특성을 갖춘 하이니켈 NCA의 장점이 대규모 저장장치 수요와 맞아떨어진 결과다.
삼성SDI와의 협력도 성장을 이끈 핵심 동력이다. 삼성SDI는 2015년부터 에코프로에 니켈 함량이 높은 NCA 공급을 요청했고, 이후 꾸준히 납품이 이어졌다. 2021년에는 합작법인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해 생산된 NCA를 전량 삼성SDI에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니켈 함량은 초기 80%에서 88%, 91%로 높아졌으며 현재는 95% 수준의 하이니켈 NCA가 개발 중이다. 이는 기존 NCM(니켈·코발트·망간) 대비 에너지 밀도가 20~30% 이상 높아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소재로 주목받는다.
에코프로는 장비를 직접 개발하고, 2006년 제일모직의 양극재 사업을 인수하는 등 내재화 전략으로 독자 경쟁력을 확보했다. 일본이 주도하던 배터리 소재 시장에서 국산화에 성공하며 국내 배터리 밸류체인 강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NCA 개발 역사는 곧 도전과 혁신의 기록”이라며 “전기차와 ESS 수요 확대에 맞춰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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