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서울대 공동연구팀, 고속 전산 스크리닝으로 세계 최고 효율 신물질 발굴

▲ 수소대량생산 및 응용기술 연구 이미지. ⓒ포스텍
국내 연구진이 태양열만으로 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혁신적인 물질을 발견했다. 기존 방식보다 7,000배 빠른 컴퓨터 계산 기술을 활용해 찾아낸 이 물질은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보여 탄소 중립 시대를 앞당길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진현규 POSTECH 기계공학과 교수와 이동규 박사, 정인호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와 남준현 박사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열화학적 수소 생산에 최적화된 새로운 복합 산화물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물질은 '(MgMnCo)0.65Fe0.35Oy'로, 마그네슘, 망간, 코발트, 철 등이 절묘한 비율로 결합된 복합 산화물이다. 이 물질은 열을 받으면 산소를 방출하고, 냉각되면 물에서 산소를 빼앗아 수소를 생성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연구팀은 "열만 가해주면 자동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수소 제조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핵심 성과는 연구 속도의 혁신적 단축이다. 연구팀은 열역학 원리 기반의 대용량 데이터베이스와 고속 계산 기술을 결합한 '고속 대량 스크리닝' 방법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 1,000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조건을 단 24시간 만에 분석할 수 있게 됐다. 기존 방식으로는 조건 하나를 확인하는 데 일주일 이상 소요됐던 것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발전이다.

실제 실험실 검증을 통해 확인된 새로운 물질의 성능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열에너지 변환 효율과 원자당 수소 생산량 등 핵심 지표에서 기존 물질들을 크게 앞섰다. 특히 지구상에 풍부한 열에너지만으로 대량의 청정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탄소 배출 없는 '그린 수소'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

이번 연구의 파급효과는 수소 생산을 넘어선다.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메탄 개질 공정, 폐배터리 금속 회수, 철강 제조 과정의 산화·환원 공정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온도와 가스 조건에 따른 최적 물질을 신속하게 찾아낼 수 있다.

진현규 교수는 "새로운 수소 생산 물질을 찾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기술 상용화에 한 걸음 다가섰다"고 밝혔다. 정인호 교수는 "AI만으로는 설계가 어려운 복잡한 산화물 소재를 계산과학적 데이터베이스로 단기간에 찾아낸 좋은 사례"라며 "다학제 협업이 가져온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과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탄소 배출 없는 청정에너지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연구진의 이번 성과는 글로벌 그린 수소 시장에서 기술 우위 확보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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