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팀 등 국내 연구진...혁신적 빔 진단 기술 개발 성공...비파괴적 진행 방향 형태 측정
국내 연구진이 이온 가속기 분야에서 기존 틀을 뒤바꿀 혁신적인 빔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첨단방사선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가속기 가동을 중단하지 않고도 저에너지 이온빔의 진행방향 다발 형태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정전용량식 이온 빔 번치 형태 모니터(CPU-BSM)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정모세 POSTECH 첨단원자력공학부·물리학과 교수 연구팀, 박정훈 실장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연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비상대론적 이온 빔에서 방출되는 전기장을 활용해 빔을 파괴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빔의 진행방향 형태를 측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가속기 교과서에서는 저에너지 이온 빔의 진행방향 다발 형태를 비파괴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다. 연구팀의 성과는 이러한 통념을 깨뜨리며 가속기 분야 빔 진단 기술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평가된다.
가속기를 활용한 성공적인 실험을 위해서는 정밀한 빔 진단 기술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기존의 빔 진단 방식은 빔을 직접 간섭하여 측정하는 방법으로, 이온 빔 입자의 일부 또는 전체 손실을 초래해 가속기 실험 도중 활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호 왜곡 없이 빔을 비파괴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빔 진단장치를 개발했다. 동시에 측정된 신호를 바탕으로 이온 빔의 진행방향 형태를 재구성하는 알고리즘도 함께 개발했다.
합성곱 원리가 적용된 이 재구성 알고리즘은 전극이 포함된 이온 빔 진단장치 내부를 이온 빔이 통과할 때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온 빔의 진행방향 형태를 역산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RFT-30 사이클로트론 가속기를 이용한 실증 실험에서 CPU-BSM을 통해 양성자 이온 빔 다발의 진행방향 형태를 성공적으로 측정했다.
연구팀은 이를 기존의 파괴적 빔 진단장치와 비교하여 정확성을 검증했으며, 빔 다발이 정규 분포를 벗어난 임의의 형태를 가질 때에도 CPU-BSM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논문 제1저자인 곽동현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연구소 박사는 "CPU-BSM을 활용하면 비교적 간단한 장치를 통해 빔 실험 중 빔 진행방향 다발 형태 측정이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중이온가속기연구소의 RAON 가속기와 같은 직선형 가속기뿐만 아니라 사이클로트론과 같은 나선형 가속기에서도 빔 손실 없이 활용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곽 박사는 "여러 대의 CPU-BSM을 통해 빔 진행방향 다발 형태뿐 아니라 빔의 에너지, 빔 입자들 간의 에너지 차이 등 다양한 빔 정보를 측정하여 안정적인 가속기 운전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함철민 교신저자인 박사와 정모세 교수는 이번 연구의 의미에 대해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연구의 핵심기반이 되는 가속기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연구소 간의 유기적인 협력, 그리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학교와의 인력교류가 결실을 맺은 모범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저명한 물리학 국제 학술지 'Progress of Theoretical and Experimental Physics(PTEP)'에 지난 7월 15일 게재됐다. 해당 학술지는 JCR 상위 10%에 해당하며 영향지수(IF) 8.3을 기록하고 있다. 연구팀은 또한 국내 특허를 출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한국연구재단의 중이온가속기 장치구축사업, 미래원자력기술 시설장비구축활용사업, 미래기반 가속기 전문인력양성사업, 중이온가속기 선행R&D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