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노준석 교수 연구팀...가시광 전 영역 고효율 기술...산업현장 크게 기여할 예정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연구진이 눈에 보이는 모든 색의 빛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면서도 기존 반도체 공정과 완벽히 호환되는 혁신적인 메타표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술은 초소형 카메라부터 AR·VR 디스플레이까지 차세대 광학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평가된다.
노준석 교수가 이끄는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공동 연구팀은 기존 메타표면의 한계를 극복한 '하이브리드 메타표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권위지인 '머터리얼즈 투데이(Materials Today)'에 게재됐다.
메타표면은 일반 렌즈와 달리 극도로 얇은 두께로도 빛의 위상과 편광, 진폭을 조절할 수 있는 초박막 광학 기술이다. 차세대 광학 기술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낮은 광 투과율과 열 취약성, 복잡한 제조 공정 때문에 실제 제품 적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연구팀은 실리콘 산화물(SiO₂) 기판 위에 티타늄 산화물(TiO₂)을 얇게 증착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기존 비정질 실리콘 산화물의 낮은 굴절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50℃ 이하의 저온에서 티타늄 산화물을 결정질 상태로 만들어 굴절률을 기존 대비 0.43 향상시켰다.
이렇게 제작된 26nm 두께의 결정질 티타늄 산화물 막 위에 정밀한 나노구조를 형성하면 빛의 위상을 제어하는 하이브리드 메타표면이 완성된다. 이 기술의 핵심은 하나의 구조로도 빨간색·초록색·파란색 각각에 최적화된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성능 측면에서 이 메타표면은 빨간색(635nm)과 초록색(532nm)에서 95%, 파란색(450nm)에서 75%의 높은 투과율을 달성했다. 이는 기존 메타표면의 20% 이하 효율을 4~5배 향상시킨 수준으로, 광학 기술 분야에서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기술이 실험실 수준을 넘어 실제 산업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전자빔 리소그래피를 활용해 직경 5mm의 대면적 메타렌즈를 실제 제작하고 고해상도 이미징 성능을 성공적으로 입증했다.
또한 기존 반도체 공정과의 완벽한 호환성을 확보해 대량생산 가능성과 비용 절감 효과를 동시에 달성했다. 기존 고굴절 소재가 수백 nm 두께로 증착해야 했던 것과 달리, 30nm 이하의 얇은 박막만으로도 높은 효율을 구현할 수 있어 후처리 공정의 자유도도 크게 향상됐다.
노준석 교수는 "이번 연구로 스마트폰 카메라는 지금보다 더 얇고 선명해지며, AR·VR 기기는 안경처럼 가볍게 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보안용 초정밀 광학 패턴과 의료용 초소형 진단 장비 개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POSCO홀딩스 N.EX.T IMPACT 과제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산업통상자원부/산업평가관리기술원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