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83만여명 사면·복권…삼성·SK 전직 경영진도 명단 올라...여야 “국민통합” vs “정치보은” 정면충돌

이재명 정부가 출범 두 달 만에 첫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광복절 80주년을 맞아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를 비롯해 윤미향 전 의원,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정부는 11일 이번 특사 대상이 전직 공직자·정치인 27명, 경제인 16명, 특별 배려 수형자 10명, 일반 형사범 1,922명 등 총 83만4,499명이라고 밝혔다.

사면 효력은 오는 15일부터 발생한다. 여객·화물 운송업, 생계형 어업, 운전면허 등 행정제재 대상자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와 함께, 모범수 1,014명을 14일자로 가석방한다.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사건으로 징역 2년형을 확정받고 지난해 12월 수감돼 전체 형기의 32%가량을 채웠다. 이번 특사로 형 선고 효력이 사라지고 복권된다.

아내 정 전 교수는 같은 사건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복역하다 2023년 9월 가석방된 뒤, 지난해 12월 공무집행방해 사건에서 집행유예가 확정됐지만 이번 사면으로 모두 복권됐다.

조 전 대표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한 혐의로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은 최강욱 전 의원, 조 전 대표 딸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벌금형이 확정된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도 포함됐다.

일본군 위안부 후원금 7,957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확정받은 윤미향 전 의원, 전교조 해직 교사 특혜채용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돼 교육감직을 잃은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도 사면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 측근인 윤건영 의원은 2011년 허위 인턴 등록을 통한 급여 지급 사건으로 벌금형이 확정된 지 2개월 만에 사면됐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신미숙 전 청와대 비서관, 이용구 전 법무차관, 은수미 전 성남시장,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등도 복권됐다.

야권 인사로는 정찬민·홍문종·심학봉 전 의원이 포함됐다. 이들은 각각 뇌물·횡령 혐의로 중형이 확정됐던 인물들로, 송언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사면을 요청한 문자에 이름이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계에서는 2,200억원대 횡령·배임으로 실형이 확정된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던 최지성 전 삼성전자 부회장, 장충기 전 삼성전자 사장 등이 복권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통합과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정치보복 수사의 피해자, 과도한 형벌을 받은 인사들이 복권돼 사회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며 “이제 정치권이 미래를 향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철저히 코드 인사 위주의 정치 보은”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기현 전 대표는 “광복절을 빌미로 여권 핵심 인사와 측근들에게 면죄부를 준 사면”이라며 “국민 통합은커녕 분열만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면은 여권 결집에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국 전 대표의 정치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총선을 앞둔 범진보 진영의 결속력 강화가 기대된다. 특히 조 전 대표가 사면 직후 메시지를 내고 정치 복귀를 공식화할 경우, 진보 지지층의 결집 효과가 클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중도층과 무당층에서는 ‘정치적 보은’ ‘사면 남용’ 인식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여론조사에서 사면 수혜 인물의 사회적 평판이 낮을수록, 이재명 정부의 도덕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야권의 경우, 사면을 계기로 ‘공정·정의’ 프레임을 다시 전면에 내세울 전망이다. 특히 윤미향 전 의원과 경제인 사면 문제를 부각해 도덕성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야권 인사 일부도 함께 사면 대상에 오른 만큼, 정치적 공세 수위 조절이 불가피할 수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번 사면은 단기적으로는 여야 모두 내부 결집의 계기가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도 민심에서 평가가 엇갈릴 사안”이라며 “향후 여론 추이가 총선 전략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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