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읍 냉천리 배관제작공장 1월 1일자로 가동중단...지난해 공매 유찰 후 매각 협상중이던 업체와 결렬, 재입찰 등록...가동중단 후 적치장으로 쓰였던 배관도장공장도 매각 추진...현재 가동중인 문산공장 역시 함께 매각 추진
HD현대중공업이 경주 소재 3개 공장 모두 철수하고 공장 매각에 들어가면서 경주 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현대중공업 경주 3개 공장 근로자는 수백명에 달했던 것으로 파악되며, 관련 협력업체 근로자 등을 포함하면 경주 일자리 감소와 함께 지역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주공장 철수, 공장 매각 결정은 생산물량 감소, 경영악화 차원이 아닌 조선 산업의 호황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경영 전략에서 경주를 외면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경주 3개 공장 철수를 단행하면서 경주시와 사전에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공장 매각은 운송비 절감 및 생산공정 효율화를 위해 기존의 울산공장으로 집중하겠다는 본사의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미국 조선 ‘마스가’(조선업 협력프로젝트)투자를 위한 사전 포석에서 경주 공장 철수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경주 외동읍에서 운영하던 배관제작공장은 지난해 12월 공매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매각이 진행중에 있으며 문산공장은 최근 매물로 등록됐다.
경주시에 따르면 외동읍 냉천리 140-1번지에 위치한 배관제작공장은 등록된 종업원 수가 119명에 달했다. 현재까지 공장폐업 신고는 하지 않은 상태다.
현장 관계자 및 주변 업체 취재 결과 HD현대중공업의 해양배관제작을 맡아왔던 이 공장은 사내하청업체와의 계약 기간이 만료된 직후인 지난 1월 1일자로 가동을 중단했으며, 현재는 주요 일부 설비를 울산공장으로 이전해 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공장은 공장 가동중이던 지난해 11월 감정평가를 마치고 12월 최저입찰가 155억원으로 공매 입찰에 부쳐졌으나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으며, 곧이어 최저입찰가 151억원으로 재입찰했지만 역시 유찰됐다.
이후 H사를 우선매각협상자로 선정하고 매각협상을 진행했지만 최근 최종 결렬로 마무리되면서 지난달 다시 공매 물건으로 등록됐다.
현재 이 공장 최저입찰가는 감정평가액의 약 99% 수준인 154억원이다. 토지 면적은 3만536㎡에 건물 면적은 9개동 합산 1만426㎡다.
함께 매물로 나온 곳은 경주시 외동읍 냉천리 268번지에 위치한 배관도장공장이다.
이 공장은 이미 약 5년여 전부터 가동중단 상태였으며, 그동안 인근의 배관제작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의 적치장으로 사용돼왔다. 하지만 경주시에 공장폐업 신고는 하지 않은 상태다.
별도의 감정평가를 진행하지는 않았고, 장부가기준으로 121억원을 최저입찰가로 설정하고 입찰에 나선다. 이 공장 토지 면적은 2만7849㎡이며, 건물 면적은 7개동 합산 8372㎡다.
현재 가동중인 HD현대중공업 문산공장은 선박 구성 부분품을 제조하는 공장시설이다. 경주시에 따르면 이 공장 종사자 수는 총 21명이다.
공장시설은 모두 HD현대중공업의 소유이지만 현장 확인 결과 하청업체가 입주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평소 이 공장에서 근무하는 HD현대중공업 직원은 현장을 관리하는 2~3명이 전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산공장 매물은 배관도장공장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감정평가를 거치지는 않고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최저입찰가 180억원으로 입찰에 나선다.
문산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이 공장의 토지 면적은 3만3058㎡이며, 건물 면적은 총 4개동 합산 1895㎡다.
문산공장의 매각이 이뤄질 경우 입주 하청업체와의 계약 연장 여부는 확인된 바 없으나 배관제작공장의 사례를 비춰볼 때 계약해지에 따른 사업중단의 수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은 울산 북구의 이화산업단지을 자사 전용산단으로 조성하고 지난 6월 12년만에 부분 준공했다. 이 산단 조성이 경주공장 철수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앞으로 이화산단에 조선기자재 및 가스선 전용 생산기지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울산시 역시 “순차적으로 현대중공업 등의 기업체들의 투자와 유치가 이뤄질 것”이라 말해 경주공장 매각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경기 부활 신호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조선소가 있는 울산으로 관련 공장을 집중시키고 생산 효율 제고를 꾀할 것이 자명하다는 점에서 경주 공장 가동중단 및 매각은 자연스러운 수순일 수밖에 없다”며, “이 가운데 이화산단 입주 문제는 향후 추진 여부를 장담할 수 없으나 적어도 경주 공장 매각의 촉매 역할은 했을 듯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