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얼음 결정응고 구조 이용해 ‘후막 전극 기술’ 개발

▲ 박수진 교수 ⓒ포스텍
▲ 박수진 교수 ⓒ포스텍

POSTECH 박수진·김연수 공동 연구팀이 전기차 배터리 용량을 두 배로 높일 수 있는 ‘후막 전극(thick electrode)’ 기술과, 바인더(binder) 사용량을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성과를 동시에 달성했다.

지난주 고용량 배터리 구현을 가능하게 한 신규 바인더 개발로 주목받은 박수진 교수팀은, 이번에는 기존 상용 바인더 대비 1/3만 사용해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는 ‘ICEP(Ionically Conductive Elastic Polymer)’를 선보였다. 이 성과는 재료과학 분야 권위 학술지 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배터리 업계는 용량을 늘리기 위해 얇은 전극을 여러 장 쌓는 방식을 사용해왔지만, 분리막·지지대 등 에너지를 저장하지 않는 부품까지 늘어나면서 무게와 부피가 커지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려면 한 장의 전극에 더 많은 활물질을 담는 ‘후막 전극’이 필요하지만, 전극이 두꺼워질수록 리튬이온 침투가 어려워지고 바인더 균열·손상 문제가 발생했다.

연구팀은 물이 얼음 결정으로 응고될 때 수소결합으로 질서정연한 구조를 만드는 원리에 착안해, 활물질 표면과 강하게 상호작용하고 입자를 균일하게 감싸는 수소결합 기반 ICEP 바인더를 개발했다. 이 네트워크 구조는 전극 표면을 안정화, 리튬 이온 확산 경로를 형성, 건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부 응력을 분산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 결과, ICEP는 기존 대비 3배 두꺼운 전극(약 12.5 mAh/cm²)에도 안정적으로 적용되었으며, 바인더 함량을 1%로 줄여도 성능을 유지했다. 이로써 전극 내 활물질 비율을 높이고, 불필요한 고분자 성분으로 인한 이온 저항을 줄일 수 있다.

파우치셀 테스트 결과 ICEP 기반 후막 전극은 무게당 377.6 Wh, 부피당 1016.8 Wh의 에너지 밀도를 달성했다. 이는 상용 배터리 대비 약 1.5배의 에너지 저장 성능이며, 전기차 주행 거리 역시 1.5배 향상이 가능하다.

박수진 교수는 “ICEP는 단순히 전극을 두껍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배터리 내부 전기화학 반응을 제어하고 효율을 높이는 핵심 플랫폼 기술”이라고 밝혔다. 김연수 교수 역시 “후막 전극 상용화의 최대 난제였던 공정 안정성과 내구성을 재료 수준에서 해결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환경 유해성이 높은 PFAS 계열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유럽 등 친환경 규제 시장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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