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중앙대 공동연구팀, 도판트 위치 제어로 전기차 배터리 혁신 달성
국내 연구진이 리튬이온배터리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할 수 있는 양극재 기술을 개발해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했다.
조창신 POSTECH 배터리공학과·화학공학과 교수와 박사과정 오지웅 씨, 윤성훈 중앙대 융합공학부 교수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양극재 내부 도판트 위치 제어 기술을 통해 배터리 수명을 기존 대비 5배 이상 늘리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재료과학 분야 권위 학술지 '머티리얼즈 투데이(Materials Today)'에 게재됐다.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배터리의 내구성과 경제성이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고가의 코발트 사용량을 줄이고 니켈 함량을 높인 '고니켈 무코발트 양극재'는 비용 절감 효과는 크지만 수명 단축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었다.
연구팀은 배터리 수명 저하의 근본 원인인 'c-축 격자 왜곡(c-lattice distortion)' 현상에 주목했다. 충전과 방전이 반복되면서 배터리 내부 원자 배열 구조가 점진적으로 변형되고, 이로 인해 미세 균열이 발생해 전체 구조가 손상되는 메커니즘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유기 계면활성제를 활용한 혁신적인 합성법을 개발했다. 핵심 기술은 지르코늄 이온을 양극재의 최소 입자 단위까지 균등하게 분산시키는 것이다.
유기 계면활성제는 서로 섞이기 어려운 성분들을 고르게 혼합하는 유화제 역할을 수행하며, 열처리 과정에서는 탄소 환원 효과를 통해 지르코늄을 입자 내부에 견고하게 고정시킨다.
그 결과 지르코늄 이온이 배터리 결정 구조 내에서 구조적 지지체 역할을 하게 되어, 반복적인 충·방전 과정에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실험 결과 이 소재는 100회 충·방전 후에도 98.6%의 용량을 보존했으며, 500회 반복 후에도 94.2%의 성능을 유지했다. 이는 기존 고니켈 무코발트 소재 대비 5배 이상 향상된 수명을 의미한다.
조창신 교수는 "이번 기술은 고가의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차세대 양극재 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며 "국산 전기차 배터리 소재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에너지국제공동연구사업,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배터리특성화대학원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