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시장 불확실성, 아이템 부재 등 복합적 요인 속에서 제조업 전반의 활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4일 전국 2,186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신사업 추진현황 및 애로사항’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 기업의 82.3%가 현재 자사의 주력제품이 포화되거나 쇠퇴기에 접어든 ‘레드오션 시장’에 머물러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시장 성숙기’라는 응답이 54.5%, ‘쇠퇴기’는 27.8%에 달했다. 반면 ‘성장기’(16.1%), ‘도입기’(1.6%)라는 응답은 극히 적었다.
업종별로는 비금속광물, 정유·석유화학·철강 등 공급과잉 업종의 위기감이 컸으며, 기계, 자동차, 전자, 섬유 등 주요 산업군에서도 80% 이상이 시장 포화를 실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주력 제품의 경쟁력 약화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자사 제품이 여전히 경쟁우위를 유지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16.1%에 그쳤고, 나머지 83.9%는 기술격차 축소, 경쟁업체의 추격 등을 지목하며 위기감을 호소했다.
특히 "기술격차 사라져 경쟁이 치열하다"(61.3%), "경쟁업체가 턱밑까지 추격"(17.1%)이라는 응답이 대다수였다.
문제는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할 신사업 추진도 활발하지 않다는 점이다. 주력 제품을 대체할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검토 중인 기업은 42.4%에 불과했고, 57.6%는 "진행 중인 신사업이 없다"고 답했다.
신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로는 ‘자금난 등 경영상황 악화’(25.8%), ‘시장성과 사업성에 대한 확신 부족’(25.4%)이 가장 많았으며, ‘신사업 아이템 미발굴’(23.7%), ‘인력 부족’(14.9%) 등도 주요 애로로 지목됐다.
현재 신사업을 추진 중인 기업의 62.9%는 ‘자체 R&D’를 통한 독자적 개발 방식을 택하고 있었으며, ‘외부 협력’은 27.7%, ‘인수합병(M&A)’은 4.1%에 불과했다.
애로사항도 기업 규모에 따라 달랐다. 대기업은 ‘시장 불확실성’(47.5%)을 가장 큰 리스크로 꼽았고, 중소기업은 ‘추진자금 조달’(38.5%)과 ‘판로 확보의 어려움’(35.9%)을 가장 큰 걸림돌로 인식했다.
스마트팜 설비를 개발한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제품은 개발했지만 시장성이 확실치 않아 본격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고, 배터리 소재업체 관계자는 “400억원 설비투자를 위해 벤처조합 투자를 받았지만 은행 추가 대출 없이 자금조달은 한계”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기업부담 법안 논의보다 신사업 투자와 위기 업종 지원이 시급하다”며, 첨단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 환급제 도입과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AI 특구 지정, 세제지원 확대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특히 AI 도입의 초기비용이 큰 제조업 특성을 감안해 AI 펀드 조성 등 인내자본 확보 방안,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한 실증 테스트 허용, 과잉설비 폐기 세액공제 특례 재도입 등도 함께 제안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기업들이 불확실성 속에서 신사업에 나서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정부가 일정 부분 실패 리스크를 분담해야 한다”며 “기존 제조업이 신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강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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