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반도(구룡반도)의 전설 구룡소, 구만리 얼굴바위는 해안침식지형의 전시장이라 할 수 있다. 구룡반도의 대부분은 가장 젊은 지질시대인 신생대 고 제3기와 신 제3기 층이 분포한다. 구룡반도 동·서해안 모두 신생대 고진기 화산암이 분포한다.

신생대 고진기(팔레오세~올리고세) 포항과 구룡반도 일대는 화산활동이 활발했다. 대동배 2리에 자리한 구룡소에는 현무암질 집괴암, 구만리의 얼굴 바위는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마그마가 지표 가까이 관입(貫入)해 형성된 유문암이 분포한다.

구만리와 경계 부근에는 신생대 고 제3기에 관입한 상정리 유문암이 분포하는데, 수직절리와 불완전한 주상절리가 발달했다. 수직절리와 주상절리가 발달한 암석에는 절벽이 잘 발달하는 경향을 보인다.

상정리 유문암이 분포하는 대동배2리 해안가에 해식애가 발달했고, 몇십 미터 떨어진 구만리 해안에 자리한 유문암 절벽은 사람 얼굴 모양을 하고 있어 사람들이 모아이(Moai)라고 부른다.(편집자주)

◇용이 살다 승천한 전설이 서린 구룡소(九龍沼)
포항시가 설치한 구룡소 안내판에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할 때 뚫어진 9개의 굴이 있으며, 그중에는 5리가량의 깊은 굴도 있어 유명한 수도승들이 그곳에서 수도를 했다고 한다. 파도가 칠 때 굴의 입구로 흰 거품과 같은 바닷물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은 마치 용이 입에서 연기를 뿜어내는 듯하고, 물을 뿜어낼 때의 우렁찬 울림소리는 천지가 진동하는 것 같아 지금도 이 구룡소를 아주 신성한 곳으로 믿고 있다(영일군사)’라고 되어 있다. 전설은 우리 조상들이 특정 지형을 대상으로 스토리텔링을 한 것이다. 215km 포항 해안 중 구룡소처럼 전설이 덧붙여진 장소는 드물다.

구룡소 안내판에 의하면 구룡소는 높이 40~50m 정도의 해식애로 둘러싸인, 둘레 100여m의 움푹 파여 있는 지형이다. 구룡소는 현무암질 집괴암이 분포하는, 곶의 약한 부분이 파랑의 침식으로 육지 쪽으로 오목하게 들어온 작은 만입(灣入)을 이루고 있다.

이 작은 만입을 구룡소라 칭하는데, 구룡소의 파식구와 파식대 표면의 마린포트홀을 용이 드나들던 굴이라고 여긴 듯하다.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글 중에는 사진의 마린포트홀을 구룡소라고 적은 사례가 있는데 잘못된 내용이다. 해식애로 둘러싸인 연못 모양의 작은 만 전체가 구룡소다(그림1).

▲ 그림1. 구룡소의 전경. 해안침식지형(시스택, 해식애, 마린포트홀, 파식구)의 전시장을 이루고 있다.

구룡소는 파랑의 침식작용이 활발한 곶(串)에 자리하고 있다. 파랑의 침식작용으로 해안이 후퇴하는 과정에서 시스택, 해식애, 마린포트홀, 파식구 등의 침식지형과 염풍화에 의해 갯바위 표면에 타포니가 대규모로 발달했다(그림2). 구룡소는 해안침식지형과 풍화 지형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전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 그림2. 구룡소의 파식구와 마린포트홀 군. 여러 개의 마린포트홀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 그림2. 구룡소의 파식구와 마린포트홀 군. 여러 개의 마린포트홀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아래 사진은 구룡소 파식대에 발달한 대표적인 마린포트홀(Marine Pothole, 바다 돌개구멍) 이다. 에메랄드빛을 띠는 맑은 물과 바닥에 둥근 자갈이 있다. 이렇게 맑은 물이 고여 있는 것을 보려면, 큰 파도가 쳐서 바닷물이 마린포트홀로 계속 밀려 들어오는 날에 방문해야 한다. 썰물 때가 되면 파랑이 마린포트홀까지 다다르지 못하기 때문에 사진과 같은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다(그림3).

▲ 그림3. 구룡소를 대표하는 마린포트홀.
▲ 그림3. 구룡소를 대표하는 마린포트홀.

마린포트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답은 마린포트홀 속에 들어 있는 둥근 자갈과 파랑이다. 강한 파랑이 파식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단열, 절리 등 암석의 약한 부분부터 침식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변보다 낮은 구멍들이 형성된다.

구멍으로 들어온 파도는 와류(소용돌이)가 되어 자갈, 모래 등을 회전시키게 된다. 와류와 그 속에 들어 있는 자갈과 모래가 그라인더로 갈 듯이 구멍을 침식해 마린포트홀이 형성된다(그림4). 이런 침식을 마식(磨蝕, Abrasion) 작용이라고 한다.

▲ 그림4. 마린포트홀의 형성 과정.
▲ 그림4. 마린포트홀의 형성 과정.

파랑으로 형성된 파식구(波蝕溝)를 따라 파도가 몰아치면 밀려온 바닷물이 해식애와 부딪혀 위로 솟구쳐 오르는데, 하얀 물보라가 일어나는 모습이 용이 입을 벌려 내뿜는 연기처럼 보인다(그림5).

▲ 그림5. 파식구로 밀려온 파도에 의해 물보라가 일어나는 모습.
▲ 그림5. 파식구로 밀려온 파도에 의해 물보라가 일어나는 모습.

◇구룡소는 어떻게 형성됐을까?
육지가 바다로 돌출한 곶은 파랑의 침식작용이 활발하다. 구룡소는 곶 중에서도 암석에 난 상처(갈라진 틈)인 단열 부위가 먼저 침식돼 육지 쪽으로 오목하게 들어온 작은 만입(灣入)을 이루고 있다.

바위가 갈라지거나 깨진 부분을 단열이라고 하는데, 암석의 약한 부분이라 풍화와 침식이 단열을 따라 차별적으로 먼저 진행되는 경향을 보인다. 해식애와 시스택으로 둘러싸인 작은 만입 지형이 바로 구룡소다.

구룡소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파랑의 침식을 견디고 남아있는 여러 개의 시스택이 구룡소 앞에 작은 바위섬을 이루고 있다. 구룡소는 단열을 따라 진행된 파랑의 차별침식으로 형성된 작은 만입 지형이다(그림6).

▲ 그림6. 구룡소의 형성 과정. 두 방향의 단열이 교차해 암석이 많이 부서진 부분이 주변보다 먼저 침식되어 구룡소라 부르는 만입이 형성되었다. 
▲ 그림6. 구룡소의 형성 과정. 두 방향의 단열이 교차해 암석이 많이 부서진 부분이 주변보다 먼저 침식되어 구룡소라 부르는 만입이 형성되었다. 

화산활동의 추억을 간직한 구룡소의 현무암질 집괴암(basaltic agglomerate).

구룡소를 이루고 있는 현무암질 집괴암에는 지각운동으로 형성된 단열이 곳곳에 발달해 있다. 현무암질 집괴암은 화산쇄설암의 일종으로 주로 현무암 조성의 큰 쇄설성 파편이 모여 굳어진 암석이다(그림7).

▲ 그림7. 구룡소 현무암질 집괴암의 자갈을 쪼갠 단열. 
▲ 그림7. 구룡소 현무암질 집괴암의 자갈을 쪼갠 단열. 

집괴암이 형성되고 난 후 발생한 지각운동에 의해 집괴암층 곳곳이 갈라지고 깨져 단열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집괴암에 박혀 있는 자갈도 동시에 깨졌다. 아래 사진은 집괴암에 형성된 단열로 인해, 자갈에 금이 간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이런 노두를 통해 현무암질 집괴암에 많은 단열이 형성됐고, 단열을 따라 진행된 차별침식으로 구룡소가 형성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구룡소라 부르는 작은 만입(灣入) 지형은 집괴암 중에서 단열이 밀집된 곳이라, 단열이 없는 부분보다 빠르게 침식돼서 형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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