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3D 구조 없이 '왼손잡이·오른손잡이 빛' 분리 성공, 차세대 디스플레이·의료센서 응용 기대

▲ 노준석 교수 ⓒ포스텍
▲ 노준석 교수 ⓒ포스텍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연구팀이 빛의 방향성을 좌우로 정밀하게 구분해 제어할 수 있는 혁신적인 광학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술은 나노미터 두께의 평면 구조만으로 구현 가능해 차세대 디스플레이부터 의료 진단 센서까지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준석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원편광'이라 불리는 특수한 형태의 빛을 효과적으로 분리하는 초박막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원편광은 나사처럼 시계방향이나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며 진행하는 빛으로, 스마트폰 화면이나 3D 영화관 안경에 활용되는 핵심 기술이다.

기존 광학 장치들은 좌우 원편광을 분리하기 위해 두꺼운 부품과 복잡한 설계가 필요했으며, 원하는 성능을 얻기 위한 품질 조절도 까다로웠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광결정(Photonic Crystal)' 기반의 메타표면 기술을 도입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의 핵심은 '이중 비대칭 섭동'을 적용한 것이다. 빛보다 작은 구멍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판 구조에 의도적으로 두 가지 방향의 비틀림을 가해, 좌원편광과 우원편광이 각각 다른 공간에서 독립적으로 공명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두 개의 라디오 주파수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서로 간섭 없이 각각의 편광에만 반응하게 한 것이다.

또한 연구팀은 '브릴루앙 존 폴딩(Brillouin zone folding)'이라는 물리학 기법을 도입해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다. 원래 외부에서 관측할 수 없던 빛의 속박된 상태를 자유공간으로 방출되도록 전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를 통해 좌우 원편광을 100도 이상 떨어진 각도로 완전히 분리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의 실용성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2차원 반도체 물질과 빛의 공명 모드를 결합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빛을 내는 '공간 분리형 발광'을 구현했다. 이는 편광 상태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특히 연구팀은 구조 비대칭 강도에 따라 공명 품질을 정량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를 통해 복잡한 3차원 가공 없이도 원하는 성능을 손쉽게 설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노준석 교수는 "기존에는 고정밀 공정이 필요한 3차원 구조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공명 품질인자의 조절이 단순한 평면 구조 설계만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술적 차별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연구는 편광 기반 광원 제어, 고감도 바이오센서, 양자광학 소자 등 다양한 광기반 응용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POSTECH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정민수 씨, 화학공학과 통합과정 이지해 씨와 함께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벤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연구는 POSCO홀딩스 N.EX.T Impact 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저작권자 © 영남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