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제점검 TF 3차 회의...제도적인 개선 필요성 언급...‘과거형 규제 해소’ 등 약속...친기업적 의지 다시금 피력

▲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배임죄 완화’와 ‘규제 합리화’ 카드를 꺼내 들며 친(親)기업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과 노조법(일명 노란봉투법), 법인세 인상 등 잇따른 규제 강화 기조에 긴장한 재계의 우려를 의식한 조치로, '당근과 채찍' 전략을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제3차 회의 모두발언에서 “한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다 잘못하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국내 투자를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며 “배임죄 남용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통령은 “정부 내에 경제형벌 합리화 TF를 가동해 ‘1년 내 30% 정비’라는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올 정기국회부터 본격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불합리하거나 시대에 뒤처진 각종 규제에 대해서도 “행정 편의적이거나 과거형 규제는 최대한 해소하겠다”며 신속한 정비를 약속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를 지향한다”며 “기업 활동을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여당과 함께 추진 중인 법인세 인상 등으로 논란이 일자, 친기업적 의지를 다시금 피력한 셈이다.

이번 발언은 단순한 원론 수준을 넘어 정책 방향 전환의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AI·첨단산업 전환을 강조하며, 재계 총수들과 잇따라 회동해왔다.

특히 지난 14일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단독 만찬에서 대미 투자 및 통상 이슈 등 폭넓은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미국과의 자동차·반도체 관련 관세 협상에서도 민관 공조가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미 설득 카드로 제시된 1천억 달러 이상의 직접투자 약속 가운데 상당 부분은 삼성·현대차·한화 등 민간 기업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전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날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정부의 통상 협상력 확보는 민간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며, 이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기업과 정부의 ‘공동 대응’을 거듭 강조한 것도 같은 연장선으로 읽힌다.

관세 인하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파생되는 충격은 결국 기업 투자와 고용 확대를 통해 완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최근 동시에 추진 중인 규제 강화 정책들은 재계의 시선을 곱게 만들지 않고 있다.

이달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이사의 충실 의무 범위를 ‘회사+주주’로 확대해 경영권 방어에 부담을 줬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여기에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고 노조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도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상태며, 법인세 최고세율 역시 윤석열 정부 시절의 24%에서 다시 25%로 인상하는 데 여당이 합의한 상황이다.

이런 흐름 속에 이 대통령이 배임죄 완화와 규제정비를 언급한 것은 일종의 정책 균형 메시지이자, 재계에 대한 ‘러브콜’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몇 달 사이 정부와 국회가 동시에 기업 환경을 경직시키는 법안을 추진해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대통령이 직접 규제 합리화 방향을 제시한 만큼, 실행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에도 “합리적 경영 판단이 사후적으로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하며 배임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번 친기업 발언이 실질적인 입법과 정책 조치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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