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에 이은 세 번째 재계 인사가 미 워싱턴 협상전선에 합류했다.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한국 주력 산업의 ‘3대 대표 주자’가 모두 집결하면서 민관이 함께 관세 협상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오후 워싱턴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측과 막판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정 회장은 현대차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과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미국행은 앞서 28일 출국한 김동관 부회장, 29일 출국한 이재용 회장에 이은 세 번째다.
김 부회장은 조선 분야 협력 프로그램인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구체화를 위해 워싱턴을 찾았고, 이 회장은 반도체 투자 확대와 AI 협력 방안을 미국에 제안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직접 면담한 자리에서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생산시설 증설과 루이지애나 철강공장 신설 등을 포함한 21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트럼프의 ‘리쇼어링’ 기조에 발맞춰 대미 투자에 적극 나서왔고, 이런 점에서 정 회장의 이번 행보는 미국 정·재계 모두에 큰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재계 안팎에선 정 회장의 역할이 일본·EU보다 뒤처진 한국의 통상 환경 개선에 결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과 유럽연합은 이미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수입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성공한 반면, 한국은 아직 협상 마무리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은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면서도 미국 내에서 현지 생산, 고용창출 측면에서 이미 높은 신뢰를 얻고 있는 인물”이라며 “막판 조율 국면에서 한국 측 카드의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앞서 확보한 ‘1천억달러 플러스 알파(α)’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이 최대 기여 기업으로 알려진 만큼, 정 회장의 협상 테이블 참여는 미국 측에 실질적 명분과 압박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은 이달 14일 이재명 대통령과 단독 만찬을 가진 자리에서도 통상 현안과 투자 계획을 직접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대통령은 대미 투자와 글로벌 통상, 지역균형 발전, 미래 사회 대응 등에 대한 기업 의견을 청취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관세 협상의 성패가 단지 관세율 수준을 넘어, 향후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구도에서 한국 산업의 입지를 좌우할 중대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주말까지 미 행정부와 막판 문구 조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으며, 산업부와 기재부 고위급 협상단도 워싱턴에 잇따라 합류하고 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상은 단순한 감세 논의가 아니라 한미 경제동맹의 실질적 재확인”이라며 “정부와 재계가 혼연일체로 움직이는 만큼, 마지막까지 낙관과 긴장을 병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강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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