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 확대 vs 기존 권리자 역차별, 2000여명 추가 혜택 기대에도 찬반 엇갈려
국정기획위원회는 29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소액임차인 인정 기준을 '최초 근저당권 설정일'에서 '임대차 계약일'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약 2000여명의 피해자가 추가로 최우선변제금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최초 근저당권 설정일을 기준으로 소액임차인 여부를 판단한다. 서울의 경우 2023년 2월 소액임차인 보증금 기준이 1억6500만원으로 상향됐지만, 근저당권 설정일이 그 이전이라면 종전 기준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2017년 근저당권이 설정된 주택에 2023년 6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경우, 보증금이 1억5000만원이어도 2017년 기준인 1억원을 초과해 소액임차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대구의 경우 권역별로 다르다. 대구광역시는 8500만원이하 이고 달성군과 군위군의 경우는 7500만원 이하가 소액임차인으로 인정받는다.
경상북도의 경우 전역이 일괄적으로 7500만원이하가 소액임차인으로 해당되어 최우선변제권을 행사 할 수 있게 된다.
최우선변제금은 주택이 경매나 공매로 처분될 때 소액임차인에게 보증금 일부를 선순위 채권자보다 우선해 변제하는 제도다. 보증금이 지역별 시행령에서 정한 금액 이하인 임차인만 대상이 된다.
집주인이 대출을 언제 받았는지가 중요하므로 집주인의 대출 날짜를 확인하고, 그 날짜에 따른 최우선변제금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구제 방안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금융기관을 포함한 근저당권자는 근저당 설정 당시의 담보가치와 예상 배당금액을 전제로 자금을 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후적으로 임대차 계약일을 기준으로 소액임차인을 재정의해 우선변제권을 부여하면 기존 근저당권자의 예측 가능성을 침해하고 헌법의 재산권 보장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가구 주택의 경우 임차인들 간에도 선순위와 후순위가 나뉘어 있어 법 개정 시 기존 선순위 임차인들의 배당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주택당 최우선변제금 총합이 주택가액의 절반 이내로 제한되어 있어, 소액임차인이 늘어나면 개별 변제금액이 시행령에서 정한 금액보다 적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기존 법의 권리체계를 믿고 계약한 임차인들의 권리를 완전히 무시한 개정"이라며 "추가적인 재정 지원 없이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선순위 권리를 보유한 피해 임차인들에게 돌아갈 돈을 후순위 임차인에게 나눠주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선순위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기존 임차인은 상대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거나 배당금이 감소하는 반면 후순위로 계약한 피해자는 소급해 우선변제를 받는 역차별이 발생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 시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처음엔 소액임차인 기준을 충족했던 임차인들도 임대차계약 갱신 중에 보증금을 증액하면서 최우선변제금을 받지 못하게 된 사례가 있었다"며 "이 경우 입법을 통해 최초 계약 기준으로 일부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률적으로 소액임차인 기준을 완화하고 소급 적용한다면, 금융권에서 대출 실행 시 담보인정비율을 낮추는 등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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