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석 특별검사팀이 '12·3 계엄령 선포'와 관련된 내란 및 외환죄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본격적인 신병 확보에 나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언론사 ‘단전·단수’ 실행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박지영 특검보는 28일 브리핑에서 “이 전 장관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위증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재범 가능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2025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윤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아 소방청에 MBC·JTBC·한겨레·경향신문 등 특정 언론사에 대해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문건을 이 전 장관에게 전달하고 실행을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 전 장관은 계엄령 선포 직후 조지호 경찰청장, 허석곤 소방청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지시를 내린 정황이 포착됐다. 특검은 이 같은 행동이 내란 목적의 중요 임무 수행으로 판단하고 내란죄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더불어 이 전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 선포를 저지해야 할 ‘헌법적 책무’를 저버리고 사실상 이를 방조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 증언대에 섰던 그는 “단전·단수 지시는 없었고, 그런 말을 들은 적도 없다”고 진술했으나, 특검은 이를 허위 증언으로 판단했다.

특검은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와 관계자 진술 등을 통해, 이 전 장관이 문제의 단전·단수 문건을 소지한 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대화하는 장면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특검은 이달 17일 이 전 장관의 자택, 행정안전부, 소방청장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으며, 25일에는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무려 18시간 40분에 달하는 장시간 조사를 벌였다.

이 전 장관은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장관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영장실질심사는 30~31일 사이에 열릴 전망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전 장관이 계엄령 실행의 핵심 전달자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상당 부분 입증될 경우, 수사 선상에 있는 윤 전 대통령과의 '공모 관계' 규명에도 중대한 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은 이 전 장관 외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 국무위원들, 당시 공안 라인의 주요 인사들에 대해 계엄령 실행 책임 여부를 규명 중이다.

실제로 계엄 발표 직후 수도권 병력의 청와대 집결 준비, 야당 인사 체포 지시, 언론사·여론조사 기관의 업무 차단 등의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사전 계획된 쿠데타’였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이 전 장관에 대한 신병 확보가 성사될 경우, 특검 수사는 본격적인 ‘윤석열 전 대통령 소환’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 외에도 윤상현 의원, 조은희 의원, 윤한홍 의원 등 2022년 지방선거와 관련된 공천 개입 라인도 집중 조사 중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특검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 전, 핵심 주변 인물들에 대한 포위 수사를 통해 증거망을 좁혀가는 방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야권 인사는 “이 전 장관은 단순 지시 전달자가 아니라, 계엄 실행 라인의 핵심 키맨”이라며 “이번 구속 여부는 향후 특검 수사의 향방을 좌우할 중대한 분기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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