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정치브로커 연계 공천 개입’ 수사가 핵심 인물들을 향하면서, 보수야권 전체가 심각한 정치적 충격파에 휩싸이고 있다.
특검은 이날 오전 서울 노원구와 경기 동탄에 위치한 이 대표 자택, 국회의원회관 사무실 등에 수사 인력을 보내 전자기기, 문서, 메신저 대화 기록 등 핵심 자료 확보에 나섰다.
이 대표는 2022년 지방선거와 재보선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로 공천 전권을 쥐고 있던 위치였다.
당시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 무상 수령 등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의 지원을 받은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에게 창원의창 지역구 공천을 약속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핵심 근거 중 하나는 민주당이 공개한 명씨와 윤 전 대통령 간 2022년 5월 9일 통화 녹취파일이다.
윤 전 대통령은 통화에서 “김영선이 경선 때 열심히 뛰었다, 좀 해줘라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고, 이에 명씨는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답했다.
명씨는 자신이 윤 전 대통령에게 김 전 의원 공천을 부탁한 시점 전날(5월 8일), 이준석 대표에게서 ‘당선인 측에서 창원의창은 경선을 해야 한다더라’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이 대표가 사실상 윤 전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는 정황이 등장한 셈이다.
특검팀이 압수수색에서 주목한 핵심 중 하나는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이른바 ‘칠불사 회동’이다.
총선을 앞둔 2월 29일,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 씨,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이 대표가 경남 하동군 칠불사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의원은 김건희 여사와의 통화기록, 메시지 캡처 등을 근거로 ‘공천개입 폭로’ 카드를 내세워 개혁신당 비례대표 1번 공천을 요구했다는 것이 특검 측 판단이다.
그러나 다음날 개혁신당 지도부는 김 전 의원의 요구를 거부했고, 김 전 의원은 끝내 출마하지 못했다. 이 장면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영향력이 ‘공천 거래’에 활용되었을 수 있다는 정치적 의혹의 실체를 암시한다.
이 대표 측은 그간 “공천개입 의혹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명씨와의 카카오톡 대화, 칠불사 회동 정황 등이 드러나면서 수사 초점이 좁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대표가 당대표 경선 당시 명씨로부터 여론조사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이른바 ‘브로커 커넥션’ 의혹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의혹에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등장하며, 관련 여론조사 대납을 도운 김한정 씨는 “이 대표 측도 명씨 도움을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이준석 대표 압수수색에 앞서, 특검팀은 27일 윤상현 의원을 피의자로 소환해 15시간 가까이 조사했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김영선 공천 논란의 최종 승인자였다. 또 조은희 의원과 윤한홍 의원도 참고인 조사 대상으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를 거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조준하는 수사 구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검법상 소환 가능성이 예고된 윤 전 대통령은 오는 29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요구를 받았다.
이번 수사는 단순한 공천 개입을 넘어 윤석열 정부 초기 권력 운영의 민낯을 드러내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대표가 얼마나 깊숙이 개입했는지, 명씨와 김 여사의 연계가 어느 수준이었는지에 따라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직접적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강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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