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4600여 명 승진 과정 중...내정 후 인사위 운영 ‘형식적 쇼’...부적격자 업무 수행케 하는 등...인사제도 투명성·공정성 훼손
대구시가 최근 5년간 4600여명의 지방공무원을 승진시키는 과정에서 사전에 승진대상자를 내정한 뒤 인사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는 지방공무원법 등 관계 법령에 위배되는 중대한 절차 위반”이라며, 인사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시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총 4620명을 승진 임용하는 과정에서 인사위원회 개최 이전에 승진 내정자를 결정해 인사위에 추천했고, 그 추천된 인원을 그대로 승진시키는 구조로 운영해 왔다.
이에 따라 명부상 승진 요건을 갖춘 1288명은 형식적인 심사조차 받지 못한 채 탈락했다.
지방공무원법 제42조는 시험 및 임용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제7조 및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따라 인사위원회는 사전에 승진대상자의 능력, 경력, 성과 등을 기준으로 심의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는 승진 후보자의 주요 성과나 업무 역량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 없이 단순히 경력과 명부 순위 정도만 제공했고, 인사위원회는 미리 정해진 인원을 그대로 추인하는 데 그쳤다.
실제 감사 기간 동안 확인된 ‘승진내정자의 인사위원회 심의결과’에 따르면, 5년간 사전 내정된 4620명은 전원 승진한 반면, 명부 순위상 더 앞선 후보자들 상당수는 심의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승진심사를 받을 공무원의 권리가 침해된 것”이라며 “인사위원회가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뿐 아니라 대구시는 승진이 어려운 직원을 직무대리 형식으로 상위 직위에 임명해 사실상 승진 혜택을 제공한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대구시는 2016년 직무대리 규칙에서 ‘승진임용 범위 내 인사’ 조항을 삭제한 후 승진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하위 직급 공무원도 제한 없이 직무대리로 지정할 수 있도록 운영해왔다.
예를 들어 2020년 조직개편으로 신설된 모 본부장 직위(3급)에 대해 당시 3급 승진 요건을 충족한 23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승진 연수를 채우지 못한 4급 과장을 직무대리로 임명해 400일 넘게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감사 결과, 이처럼 승진요건에 미달한 71명을 3급·4급 직무대리에 임명하고, 최장 580일까지 직무대리를 유지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감사원은 “직무대리는 사고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허용되는 제도임에도, 대구시는 이를 편법적 승진 수단으로 활용했다”며 “승진을 위한 엄격한 요건과 인사심의 절차가 무력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공공인사 전문가는 “인사위원회가 단순 ‘통과의례’로 전락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며 “심의·의결 과정이 정교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조직 내 신뢰는 물론 행정 효율성까지 저해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감사 결과를 수용하며, “앞으로 인사위원회에 후보자의 성과와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고, 실질적 심의가 이뤄지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직무대리 제도와 관련해서도 “승진 임용의 대체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재정비하고, 사고 등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대구광역시장에게 “향후 인사위원회 이전 승진 내정, 형식적 심의, 직무대리 남용 등의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인사운영을 관리하라”고 ‘주의’ 처분을 내렸다.
강신윤·김만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