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의존도 탈피 ‘탈중국’ 시동...국산 생산비 中보다 60% 높아...보조금 지급 시 가격경쟁력 확보

▲ 포스코퓨처엠 인조흑연 공장. ⓒ포스코퓨처엠
▲ 포스코퓨처엠 인조흑연 공장. ⓒ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이 리튬이온배터리 핵심 소재인 천연흑연 국산화에 본격 착수했다.

정부가 고위험 경제안보품목에 대한 보조금 지원 제도를 신설한 가운데, 포스코퓨처엠이 이를 첫 수혜 기업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며 중국산 의존 탈피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정부의 경제안보품목 생산지원 사업에 천연흑연 항목으로 보조금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관련 기업명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으나 “천연흑연 보조금 상한선을 120억원으로 설정했고, 지급은 생산량에 비례해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 천연흑연 음극재를 생산하는 업체는 포스코퓨처엠이 유일해, 사실상 수혜 1순위로 평가된다.

천연흑연은 음극재의 핵심 원료로, 현재 글로벌 공급의 94%를 중국이 독점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하반기부터 가격을 kg당 4~5달러 수준으로 낮추며 가격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2022년 고점 대비 50%가량 낮은 수준으로, 한국 기업 입장에선 심각한 수익성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천연흑연 음극재의 생산비는 kg당 4.7~5.1달러로 중국 대비 약 60% 높다. 특히 전력비는 1.7배, 노무비는 3.8배, 감가상각비는 3.2배 수준이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설비 보조금이 투자 비용을 낮춘 결과다. 이 같은 비용 구조에서는 국내 기업이 자력으로 중국과 가격 경쟁을 벌이기 어려운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가격 차가 지속되면 국내 배터리 3사도 중국 의존을 벗어나기 어렵다”며 “정부 보조금 없이는 핵심소재 주권을 중국에 넘겨주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흑연의 공급망 또한 대부분 중국 중심으로 짜여 있다. 글로벌 흑연 생산량의 67%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가공비가 원료비보다 높은 소재 특성상 아프리카 등에서 원광을 들여오더라도 대부분 중국에서 가공되고 있다. 한국이 흑연 원료를 확보하더라도 가공 공정 경쟁력이 뒤쳐지는 구조인 셈이다.

한편 최근 미중 통상 갈등이 한국 기업엔 반사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상무부는 이달 중국산 흑연 음극재에 대해 93.5%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예비 결정했으며, 오는 12월5일까지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한국·일본산 제품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배터리 3사는 평균적으로 90% 이상 중국산 음극재에 의존하고 있다”며 “미국의 제재 조치와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결합되면 국산 소재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터리 산업은 소재 공급망을 중심으로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와 민간의 공조 강화가 향후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 구축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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