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 초고해상도 기후모델 분석 결과, 극한 강수 패턴 변화로 재난 대응 전략 재검토 필요성 강조

▲ 기후변화로 인해 한국의 여름철 극한 폭우가 기존 8월에서 7월로 한 달 앞당겨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포스텍
기후변화로 인해 한국의 여름철 극한 폭우가 기존 8월에서 7월로 한 달 앞당겨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시간당 30mm 이상의 극한 폭우가 7월에 발생하는 빈도가 현재보다 최대 3.7배까지 증가할 전망이어서 재난 대응 체계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민승기 POSTECH 환경공학부 교수와 서가영 박사 연구팀은 초고해상도 기후모델을 활용한 분석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npj 기후와 대기과학'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기존보다 훨씬 정밀한 2.5km 해상도 모델을 사용해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별 극한 강수 발생 빈도 변화를 월별로 분석했다.

2022년 8월 서울 강남역 일대 침수 사태를 비롯해 최근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집중호우는 예측하기 어려운 극한 강수가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학자들은 기후변화 가속화에 따라 단기간 극한 강수의 빈도와 강도가 모두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구팀은 두 가지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를 설정해 분석을 진행했다. 전 세계가 적극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저배출 시나리오(SSP1-2.6)'와 현재 수준으로 탄소 배출이 지속되는 '고배출 시나리오(SSP5-8.5)'를 각각 적용했다.

현재(2001~2005년)와 미래(2091~2095년) 기후를 비교 분석한 결과, 두 시나리오 모두에서 시간당 30mm 이상 극한 폭우의 발생 시기가 한 달 앞당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8월에 최고조에 달하는 극한 폭우의 피크가 미래에는 7월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7월 극한 폭우 빈도는 저배출 시나리오에서 현재 대비 약 2배,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약 3.7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한반도 북쪽 저기압과 남쪽 고기압 사이에 거의 정체된 전선이 형성되면서, 경계 지역에 폭우가 장시간 머무는 기상 패턴이 뚜렷하게 증가할 전망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가 북태평양 고기압과 중위도 기압골이 온난화에 따라 더 강하게 발달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여름철 한국에 수증기를 공급하는 기압계의 특성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승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극한 폭우가 여름철 중 어느 달에 집중될지를 고해상도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며 "폭우가 앞당겨질 가능성에 대비해 재난 대응 계획을 월별로 세밀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기상청 기후 및 기후변화 감시·예측정보 응용 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저작권자 © 영남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