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음주운전·부당수령 세부기준 미비…A씨·B씨 포함 5명, 총 400만원 부당 수령…경북도 시정조치 그제야 “외부 자문 받겠다”
경북개발공사가 철 지난 징계규정을 손보지 않고 방치하며 성폭력과 음주운전, 부당수령 등에 대한 세분화된 기준을 적용하지 않아 부패행위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북개발공사의 이 같은 방만 행정은 실제로 공사 직원이 100만원 이상 시간외근무수당과 출장여비를 수차례 걸쳐 고의적으로 부정하게 수령했음에도 견책 수준에 경징계 처분과 원금 환수로만 사건을 종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21년 8월 ‘지방공무원 징계규칙’이 개정돼 성 관련 비위 유형이 미성년자와 장애인,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공연음란, 통신매체 및 카메라 성범죄 등 별도 기준이 신설됐는데도 경북개발공사는 이에 대한 세부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
경북개발공사는 여전히 성폭력, 성희롱, 성매매, 음주운전, 기타 항목으로만 단순 구분하는 구시대적 징계양정기준으로 세부기준이 없어 자칫 징계를 감경해 적용하거나 사람에 따라 징계 처분이 다르게 적용되는 상황을 노출하고 있다.
이러한 세분화된 기준은 음주운전에서도 누락됐는데 개정된 징계기준에서는 자전거에 대한 음주운전도 비위로 규정하고 있으며 혈중알코올 농도 0.2% 이상에 대한 기준도 있는 반면 경북개발공사는 전혀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었다.
또 음주측정 불응의 경우 현재 징계규칙에는 ‘정직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도 경북개발공사 내규에는 이보다 낮은 ‘감봉 이상’으로 규정해 징계양정기준을 오히려 한 단계 낮게 설정된 채로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초과근무수당·여비 부당수령 행위와 대한 징계기준 역시 내규에 규정하고 있지 않아 기준이 미흡한 상태였는데 이 때문에 중징계를 경징계로 낮게 처분하고 최대 5배까지 부과 가능한 징계부가금도 요구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 지난해 12월 처분된 대상자 5명을 조사한 결과 A씨 등 5명이 시간외근무수당 또는 출장여비를 부당하게 수령한 사실이 있었음에도 징계를 낮추거나 처분하지 않고 부당하게 수령한 금액만 환수 조치했다.
A씨의 경우 수당 163만1800원과 여비 23만1270원 총 186만3070원을 15회에 걸쳐 부당하게 수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B씨 또한 수당 132만4470원, 여비 27만8730원 총 160만3200원을 12회에 걸쳐 부당하게 수령했다.
이들은 ‘인사규정시행내규’에 따라 공금횡령(유용),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고 그 금액이 100만원 이상일 경우 징계권자는 비위정도 및 고의 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도록 돼있다.
그런데도 경북개발공사는 부당수령 경위, 금액, 횟수, 고의성 여부, 환수 이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경징계인 ‘견책’으로 정리해 미비한 기준과 더불어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경북개발공사 청렴감사실이 경영지원처에 통보한 A씨, B씨의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여러 차례 고의적으로 수당 및 여비를 부당하게 신청·수령한 사실이 있는데도 이처럼 낮은 처분을 내렸다는 지적이다.
이 외 C씨 수당 29만8370원을 4회에 걸쳐 수령, D씨 수당 20만8770원을 3회에 걸쳐 수령해 ‘주의’ 처분을 받았고 E씨는 7만5490원을 부당하게 수령했지만 처분 자체를 받지 않기도 했다.
이들 전부는 총 404만8900원의 수당과 여비를 부당하게 수령했음에도 경북개발공사는 ‘여비규정’상 5배의 금액을 가산해 징수하도록 하는 징계부가금을 부과하지 않아 전반적인 징계 행정의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경북개발공사 관계자는 “징계부가금 부과는 관련 지방공기업 지침에 따라 판단되며, 부과 여부는 해당 행위의 고의성 및 징계종류와 연계해 결정된다”며 “고의성 부족 및 경미 등을 사유로 원금 환수로 종결했다”고 말했다.
행정 전문가 F씨는 “지방공사 특성상 지자체의 기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며 “그러나 이처럼 윤리와 청렴에 직결되는 징계규정을 뭉개버리면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공사는 조직 특성상 인사이동이 제한적이고 폐쇄적”이라며 “그 결과 청렴감사실에서 A씨, B씨가 고의적으로 부당하게 수당과 여비를 수령했다는데도 경영지원처는 고의성이 부족하다며 낮은 처분을 내리는 이해하기 힘든 결과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경북개발공사는 징계기준의 적용 및 절차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자문과 함께 징계 관련 규정을 정비하겠다고 밝혔고 경북도 역시 공무원 징계양정기준에 따라 정비하라고 시정조치를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