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별 주파수 변환 기술...의료·소음차단 혁신 기대
로마 신화의 두 얼굴을 가진 신 야누스처럼, 파동이 진행하는 방향에 따라 주파수가 달라지는 독특한 물리 현상을 세계 최초로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노준석 POSTECH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공학과·융합대학원 교수와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장영태·오범석 연구원, 김은호 전북대 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단일 시스템에서 파동 방향에 따른 상향 및 하향 주파수 변환을 동시에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최신호에 게재됐다.
현재 활용되는 주파수 변환 기술은 대부분 단방향성을 띤다. 녹색 레이저 포인터는 적외선 주파수를 두 배로 높여 가시광선을 생성하고, 초지향성 스피커는 두 초음파를 혼합해 주파수를 낮춰 가청 주파수를 만든다. 하지만 기존 기술들은 파동 방향이 고정되거나 복잡한 외부 조작이 필요한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은 구슬들을 연결한 과립형 '포논 결정(phononic crystal)' 구조를 새롭게 설계했다. 이 구조물은 각 구슬의 연결 강도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어, 동일한 파동이라도 진행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특징을 갖는다.
개발된 시스템은 평상시 약한 파동을 대부분 차단하지만, 파동 세기가 강해지면 방향성에 따른 차별적 반응을 나타낸다. 한쪽 방향에서 유입된 파동은 주파수가 상승해 더 높은 음역대로 변환되고, 반대 방향에서는 주파수가 하강해 낮은 음역대로 바뀐다.
연구팀은 특정 진동수에서 구슬이 크게 진동하는 '국소 공명' 특성을 활용해 '비선형성'과 방향별 '공간 비대칭성'을 동시에 구현했다. 이를 통해 상향 변환과 하향 변환이 하나의 시스템 내에서 자유롭게 발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기술은 다양한 실용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진이나 건설 현장에서 특정 진동만을 선택적으로 감소시키거나, 의료용 초음파 진단 장비의 해상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특정 방향에서만 감지 가능한 음향 기기나 아날로그 신호 처리 기술 개발에도 응용될 전망이다.
노준석 교수는 "이론적 가능성으로만 제시되던 개념을 실제 실험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차세대 주파수 변환 및 신호처리 기술에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 의의를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POSCO홀딩스 N.EX.T Impact 사업과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 지원 사업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