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충실 의무 주주까지 확대…전자 주총 의무화·‘3%룰’도 도입

정부가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과 주주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상법 개정을 확정지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 법률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3일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뒤 12일 만에 정부 공식 절차를 마무리했다.

핵심은 이사의 충실 의무 범위를 회사뿐 아니라 주주까지 확대하고, 최대주주의 의결권 제한(3%룰),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사외이사→독립이사 체계 전환 등 기업 지배구조 전반의 개선이다.

이번 상법 개정으로 이사는 직무 수행 시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지게 된다.

기존에는 충실 의무의 법적 해석이 ‘회사의 이익’에 국한돼 있었으나, 이제는 개별·소액주주를 포함한 ‘주주의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

자본시장에서는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고, 소액주주 권익을 높이는 방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감사위원 선임 및 해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이 새로 반영됐다.

이 조항은 2026년 7월부터 시행되며, 오너 일가가 감사위원회를 좌지우지하는 관행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 제도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특히 경영 견제 기능 강화를 요구해 온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환영받고 있다.

상장사의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도 상법 개정안에 포함됐다.

비대면 회의와 전자투표가 필수로 도입되면서, 그간 주총에 참여하기 어려웠던 주주들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이 조항은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 기존 사외이사 제도를 ‘독립이사’로 전환하고, 이사회 내 독립이사 비율을 기존 4분의 1 이상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경영진 친화적 사외이사 논란을 불식시키고, 이사회 감시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이번 상법 개정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여야가 처음으로 합의한 민생 법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3월 당시 야당 신분으로 상법 개정안을 주도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이후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상법 개정은 국회 입법 우선 과제로 재추진됐고, 최종적으로 여야 협의를 통해 법안 통과에 성공했다.

경제계는 대체로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일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관계자는 “이사의 책임 범위가 확대되는 만큼 과도한 법적 부담이 경영 의사결정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3%룰’에 대해서는 “적대적 M&A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재계 목소리도 꾸준하다.

반면 참여연대·민변 등 시민단체는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며, “이제 남은 과제는 집행력과 후속 제도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상법 개정안의 취지를 각 기업이 충분히 이해하고 제도 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시행령 등 세부 규정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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