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김세영 교수 연구팀...‘3단자 ECRAM 소자’ 제작...전력 소비 줄이고 성능 높여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연구팀이 사람의 뇌 구조를 모방해 전력 소비를 대폭 줄이면서도 정보 처리 성능을 높인 차세대 AI 반도체 소자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술은 기존 AI 칩의 한계를 극복하고 뉴로모픽 컴퓨팅 분야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할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AI 기술의 가장 큰 걸림돌은 막대한 전력 소비다. ChatGPT 운영에 필요한 전력량은 일반 가정 수백 가구의 하루 사용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반면 인간의 뇌는 전구 한 개 수준인 20와트로 복잡한 사고와 학습을 수행한다. 이러한 효율성은 뉴런과 시냅스가 촘촘히 연결되어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이에 착안해 최근 실제 뇌의 구조를 모방한 '뉴로모픽 컴퓨팅' 기술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ECRAM(Electrochemical Random Access Memory) 소자는 재료가 무질서하게 배열된 비정질 구조를 주로 사용해 실제 뇌신경처럼 정밀하게 동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POSTECH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육방정계 텅스텐 산화물(h-WO₃) 단결정 나노와이어를 활용했다. 머리카락보다 수백 배 가는 이 소재는 전류가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흐르는 특성을 보인다. 연구팀은 이를 기반으로 세계 최초로 '3단자 ECRAM 소자'를 제작했다.
이 소자의 핵심은 전류를 조절하고 흐르게 하는 전극 세 개를 만들어 실제 뇌의 신경세포처럼 신호를 다방향으로 주고받으며 학습하는 방식을 구현한 점이다. 특히 반복적인 전기 자극을 받으면 전도도가 스스로 증가하는데, 이는 뉴런이 일정한 자극 이상에서 정보를 발화하는 '통합·발화' 메커니즘과 매우 유사하다.
기존에는 신호를 통합·발화하는 '뉴런'의 기능과 신호 강도를 조절하며 학습하는 '시냅스'의 기능을 별도의 회로로 구현해야 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 두 기능을 단일 ECRAM 소자에서 동시에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김세영 POSTECH 교수는 "이번 연구는 뉴로모픽 하드웨어 집적도와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AI 반도체의 회로 복잡도를 줄이고 뇌처럼 효율적인 컴퓨팅 시스템 구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김세영 POSTECH 신소재공학과·반도체공학과 교수와 이준용씨가 포함된 신소재공학과 석사과정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전자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스몰(Small)'에 게재됐다.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민관공동투자반도체고급인력양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