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이대수 교수 연구팀...금속 산화물 구조·자성 제어

▲ 종이를 접듯 가벼운 압력을 가하면 복잡하게 얽힌 결정들이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정렬되며, 원하는 부분을 되돌리거나 다양한 패턴을 그려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포스텍

복잡한 장비 없이 간단한 기계적 압력만으로 금속 산화물 소재의 내부 구조와 자석 성질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혁신적인 기술이 개발됐다. 이대수 교수 포항공과대학교 물리학과 연구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차세대 전자소자 분야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할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고 연구팀이 발표했다.

스마트폰, 컴퓨터, 전기차 등 첨단 전자기기의 성능은 다양한 소재의 특성에 의해 좌우된다. 특히 금속 산화물과 같이 널리 활용되는 소재는 내부 미세 결정들의 배열 방식에 따라 전기 전도성, 자성, 발광 등 전혀 다른 성질을 나타낸다.

그러나 기존에는 이러한 결정 구조가 대부분 여러 방향으로 무질서하게 배열돼 있어, 원하는 성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온 가열이나 강한 전기 자극 등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공정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원자힘 현미경(AFM)의 뾰족한 탐침으로 소재 표면에 미세한 압력을 가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종이를 접듯 가벼운 압력을 가하면 복잡하게 얽힌 결정들이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정렬되며, 원하는 부분을 되돌리거나 다양한 패턴을 그려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두 종류의 특수 금속 산화물 박막인 스트론튬 루테네이트와 란타넘-스트론튬 망가나이트 내부 결정들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결정 배열이 변화하면 소재의 자성, 즉 자석처럼 정보를 저장하거나 신호를 전달하는 성질도 함께 달라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AFM 탐침으로 특정 부위에 원하는 자성 패턴을 새기는 데 성공했으며, 소재 내부 깊은 층까지 구조를 정밀하게 조절해 여러 층이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지는 입체적인 3차원 결정 구조를 구현했다.

이번 연구는 소재 내부 결정 구조와 성질을 정밀하게 제어할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이를 활용하면 더 빠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메모리나 센서는 물론, 전자 스핀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처리하는 스핀트로닉스 소자 같은 차세대 전자부품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대수 교수는 "단순한 기계적 힘만으로 결정 구조와 자성을 동시에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번 성과가 차세대 전자소자 및 스핀트로닉스 기술 연구에 혁신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과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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