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사업 내용 확정된 공사...법령상 분리·분할 발주 안돼...경북도 감사기간 요청 않고...하자 복구에 시비 투입 정황
영천시가 탑지 생태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용역과 공사를 분리 발주해 일관성을 해치고 예산 낭비를 초래한 사실이 밝혀졌다.
영천시 금호읍 신월리 금호강 북측에 총 사업비 약 40억원이 투입된 탑지 생태공원은 농업용 저수지인 탑지를 생태공원 형태로 탈바꿈해 시민들의 휴식처로 활용하기 위해 추진된 사업이다.
탑지 생태공원은 환경부 국비보조사업으로 선정돼 관찰데크 및 시설을 설치하고 주변 환경 정비 등을 목적으로 진행됐는데 이 과정에서 오히려 예산이 남아버려 이중으로 용역과 공사를 하는 일이 초래됐다.
탑지 생태공원은 2019년 3월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으로 1억713만원을 들였는데 조성 과정에서 33억원(용역비 제외) 정도만 사용됐다. 영천시는 사용되지 못한 4~5억원 정도에 대해 경북도에 변경승인을 받고 2차 용역을 발주하게 됐다.
이에 2022년 10월 3442만원을 들여 또다시 2차 실시설계용역을 진행했는데 결과적으로 1차는 S사가 9억8993만원에 조성 계약을 체결하고 2차는 L사가 4억2860만원에 또다시 계약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도 예산이 남아 용역과 공사는 별도로 진행하지 않았지만 3차까지 사업이 늘어졌으며 이 때문에 전기공사는 3차례, 금속제 울타리는 4차례나 분리 발주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방계약법령과 관련 기준에 따르면 구조물공사 또는 단일공사로서 설계서 등에 따라 전체 사업 내용이 확정된 공사는 이를 시기적으로 분할하거나 공사량을 분할해 계약할 수 없도록 돼있다.
다른 법령에 따라 업종의 공사와 분리 발주가 가능한 경우가 있지만 이는 성격상 공종을 분리해도 하자책임 구분이 용이하고 품질·안전·공정 등 관리에 지장이 없는 공사에 한정된다.
영천시 탑지 생태공원은 이처럼 단일 사업을 위해 예산을 배정받은 경우로 분리의 이유가 없는데도 당초 계획 과정에서 예산을 잘못 수립하는 바람에 엉뚱하게 분리 발주를 하게 된 셈이다.
경북도는 감사 과정에서 이 같은 분리 발주로 적정 투찰률이 적용되지 못해 1327만원의 예산이 낭비됐다고 추정했다. 더욱이 마구잡이식 발주로 하자책임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 노출됐다고 주의를 요구했다.
실제로 경북도 감사 기간 중 현지를 확인한 결과 벌개미취 930본이 고사했음에도 하자보수 등을 요청하지 않아 그 기간이 종료돼 영천시가 하자 복구를 위해 추가로 시비를 들여 예산을 낭비한 정황이 발견되기도 했다.
관련법에서는 계약상대자의 입회 하에 시설공사 등의 하자담보 책임기간 중 연 2회 이상 정기적으로 하자검사를 해야 하며 기간이 만료되기 14일 전부터는 최종검사를 실시해 하자검사 조서를 작성하도록 돼있는데 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영천시는 당초 설계에 물억새(9cm)가 반영돼있었음에도 설계변경 시 과다하고 불필요하게 물억새 규격을 10cm로 올려 사급에 반영하는 바람에 사업비 4097만원을 낭비하기도 했다.
영천시 관계자는 “입찰 과정에서 투찰률이 적용돼 사업비가 낮아졌는데 이를 따로 불용 처리하지 않고 추가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처럼 2차, 3차로 계약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지방계약 전문가 A씨는 “잔액 발생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설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케이스”라며 “결과적으로 여러 번 나눠 발주하면서 통합 발주에 대한 이익을 챙기지 못하고 예산을 낭비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손주락·채동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