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 연구팀, 수십억 년 진화 역사에 새 장 열어 차세대 의약품 개발 가능성 제시

세포 내 '단백질 공장'으로 알려진 리보솜이 수십억 년 만에 새로운 합성 능력을 획득했다. ⓒ포스텍
▲ 이준구 화학공학과 교수 ⓒ포스텍

세포 내 '단백질 공장'으로 알려진 리보솜이 수십억 년 만에 새로운 합성 능력을 획득했다. 이준구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리보솜을 활용해 기존의 선형 구조를 넘어 고리형 구조를 가진 단백질 합성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리보솜은 지구상 모든 생물이 공통적으로 보유한 세포 내 단백질 합성 기관이다. 이 미세한 분자 공장은 아미노산이라는 기본 단위를 초당 약 20개씩 연결하여 단백질을 생산하는데, 이는 실험실에서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속도보다 수만 배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구 생명체 역사 수십억 년 동안 리보솜은 오직 직선형 단백질만을 생산하도록 진화해왔다. 이러한 선형 구조의 단백질은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고 표적 결합력이 약해 의약품으로서 효율성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페니실린과 같은 천연 항생제 다수가 고리형 구조를 가진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들은 리보솜 자체를 변형하는 대신, 리보솜이 사용하는 원료를 혁신적으로 재설계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26종의 특수 아미노산은 리보솜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여 고리 구조를 형성할 수 있게 했다.

무세포 단백질 합성시스템에서 진행된 실험 결과, 리보솜은 기존의 선형 결합뿐 아니라 오각형과 육각형의 고리형 중추 구조를 성공적으로 합성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반응이 37℃, pH 7.5라는 생리학적 조건의 단순한 수용액 환경에서 리보솜의 기존 메커니즘을 그대로 활용하여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이준구 교수팀은 2022년 같은 학술지에 리보솜이 최초로 6각 고리 구조를 합성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그 범위를 5각 및 다양한 형태의 6각 고리구조로 확장했을 뿐 아니라, 특수 재료 설계를 통해 고리구조 형성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리보솜 내부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교과서에서 배우는 화학반응 과정과 거의 동일하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이준구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리보솜 내 4,500개 부품의 협력 메커니즘을 더 깊이 연구한다면 생명현상과 진화에 대한 이해도 한층 깊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성과는 리보솜을 새로운 화학반응 촉매로 활용할 가능성을 열어, 향후 고기능성 의약품이나 생체재료 개발에 중요한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우수신진연구사업, 합성생물학 핵심기술개발사업, 한우물파기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저작권자 © 영남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