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 연구팀, 접착 역설 극복한 '꾹 붙이고 톡 떼는' 정밀 기술 개발

▲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연구진이 머리카락보다 작은 전자부품부터 일상용품까지 자유자재로 부착하고 분리할 수 있는 혁신적 건식 접착 기술을 개발했다. ⓒ포스텍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연구진이 머리카락보다 작은 전자부품부터 일상용품까지 자유자재로 부착하고 분리할 수 있는 혁신적 건식 접착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인 마이크로 LED 제조 공정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김석 POSTECH 기계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기계공학과 김기훈 교수, 가천대 김남중 교수, 전북대 이한얼 교수, 미국 코네티컷대 손창희 박사와 공동으로 이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마이크로 LED는 기존 디스플레이보다 밝고 수명이 길며, 유연하고 투명한 화면 구현이 가능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머리카락 굵기보다 훨씬 작은 LED 칩을 정확한 위치에 배치하고 필요시 제거하는 과정은 극도로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기존에는 액체 접착제나 특수 필름을 사용했으나, 공정이 복잡하고 정밀도가 떨어지며 잔여물이 남는 문제점이 있었다. 또한 과학계는 오랫동안 '접착 역설(Adhesion Paradox)'이라는 난제에 직면해 있었다. 이는 이론적으로 원자 단위에서 물체들이 강하게 접착되어야 하지만, 실제 물체 표면의 불규칙성으로 인해 접촉 면적이 제한되어 접착력이 약해지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이 역설을 역이용하는 창의적 해결책을 고안했다. '형상기억분자(Shape memory polymer, SMP)'라는 특수 재료 위에 나노 크기의 뾰족한 돌기들을 정밀하게 배치했다. 평상시에는 표면 거칠기로 인해 접착력이 약하지만, 열과 압력을 가한 후 식히면 표면이 평평해져 접착력이 크게 증가한다. 반대로 다시 열을 가하면 원래의 거친 상태로 복원되면서 접착력이 약해져 쉽게 분리된다.

이 기술은 붙일 때 약 15기압의 강한 접착력을 발휘하고, 떼어낼 때는 별도의 힘 없이 자동으로 분리되는 '셀프 릴리즈(Self-Release)' 기능을 갖추고 있다. 접착과 분리 시 접착력 차이는 1,000배 이상으로, 기존 기술보다 월등히 우수하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로봇으로 마이크로 LED 칩을 디스플레이 기판에 정확히 부착하고 깔끔하게 제거하는 데 성공했으며, 종이나 천과 같은 일상 소재에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 기술은 접착제 없이도 정밀하게 소자를 다룰 수 있어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김석 교수는 밝혔다. 그는 "거의 모든 산업 분야의 접착 공정에 활용할 수 있으며, 스마트 제조 기술과 결합하면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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