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자리가 두 달 가까이 공석 상태에 놓이면서, 정부 경제정책의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긴급한 추가경정예산은 대통령실 주도로 추진되고 있으나,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설정 등 중대한 과제를 앞두고 '경제 사령탑'의 부재는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29일 정부 및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5월 1일 사퇴한 이후 후임 인선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재부 장관직은 이형일 1차관이 대행하고 있으나, 부총리 직무는 대행 체계도 없는 상태다.

기재부가 경제정책과 예산 기능을 통합하며 출범한 2008년 이후 장관이 공석인 것은 처음이며, 2013년 부총리직이 신설된 이후 부총리 부재 역시 전례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경기 대응을 위한 추경 등 현안은 대통령실이 직접 챙기고 있어 당장의 정책 공백은 최소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 등 핵심 정책 발표가 임박한 만큼, 부총리의 빈자리가 점점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사안의 내부 의사결정은 새 장관이 부임할 때까지 보류되는 분위기다. 대행 체제에서 잠정 확정된 사안도 장관이 새로 임명되면 다시 보고하고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총리가 주재하는 경제관계장관회의와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등 핵심 회의체도 한 달 이상 가동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는 국정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주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컨트롤타워의 공식적 부재가 정책 조율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경제·금융 불안 대응을 위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 역시 위상이 약해졌다.

지난 19일 열린 F4 회의에는 부총리와 금융위원장이 모두 공석이어서, 이형일 기재부 차관, 한국은행 유상대 부총재, 금융위 상임위원,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참석했다. 사실상 한국은행 총재 혼자 현안을 대응하는 ‘F1 체제’가 된 셈이다.

이처럼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새 부총리의 어깨는 한층 무거워졌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이재명 정부의 첫 ‘경제정책 방향’ 발표다. 내수 침체와 저성장 기조를 타개할 정책 패키지 제시가 요구되며, 재정 기조도 재정준칙 재검토를 계기로 긴축에서 확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2차 추경을 통해 이미 감세·긴축 기조의 전면 재검토 신호가 감지된 상황이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구체화와 상속세 개편안의 방향 설정도 부총리의 몫이다. 여당과의 조율 필요성이 높은 만큼, 경제 사령탑의 정치력과 정책 역량 모두가 요구되는 과제다.

정부조직 개편도 주요 현안이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 분리와 금융정책 통합을 위한 조직 개편은 부처 간 이해충돌이 불가피한 만큼, 새 부총리의 조율 리더십이 핵심이다.

내부 권한 조정에 대해 기재부 장관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쉽지 않은 과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실장은 “기재부 내 권한 재편 과정은 조직 저항도 상당한데, 이를 조율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부총리 인선이 늦어질수록 정책 추진력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새 경제팀의 방향이 정책 연속성과 안정성, 동시에 혁신성과 설득력을 얼마나 균형 있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향후 국내 경제의 체질 개선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부총리 인선이 더 늦춰질 경우, 이미 누적된 정책 불확실성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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