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대책 딜레마 ‘신중 모드’...DSR 3단계 도입 7월 시작...집값 흐름에 ‘촉각’...文정부 전철 밟을라...2주째 시장안정 메시지 내놓지 않는 정부...제한된 정책수단 선택지 좁아...소비심리 회복에 집값 상승 기대도 44개월 만에 최대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등 모습. 새 정부의 부동산·건설 분야 최대 과제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건설 경 기 회복이다. ⓒ연합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대책 딜레마에 놓인 모양새다.

출범하자마자 집값 안정이라는 과제를 안았지만 새 정부는 2주째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신중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6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서울 집값을 중심으로 과열 신호와 빨간불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적절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가용 정책 수단을 총망라해 검토하겠다”고 밝힌 지 보름 가까이 지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장 타오른 불을 끄려고 설익은 대책을 내놓을 경우 시장을 오히려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 또 조심하는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고 마냥 대책 발표를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신중 모드를 이어가면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3단계 DSR 규제 이후 시장 상황에 ‘촉각’을 세우고 예의주시하겠다는 행보다. 현재 대출 규제부터 규제지역 확대, 주택공급 등을 아우르는 부동산시장 안정 방안을 검토 중이다.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는 7월부터 시작된다. 정부는 이 정책이 집값 흐름에 변화가 생길지 기대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집값 오름세는 대출 규제 강화 전에 집을 사려는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단기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강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3단계 DSR 규제 이후에도 집값 급등세가 가라앉지 않을 경우 ‘사후 약 처방’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된다.

정부의 총체적 부동산 종합 대책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 등 자치단체와 협의 등을 감안하면 한달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 A씨는 “문재인 정부 때 20차례 이상의 부동산 정책을 썼는데도 ‘땜질식 처방’으로 집값을 잡지 못했다는 트라우마가 있어 정부가 섣불리 대책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미 시장에선 '민주당 정부에서는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마련에는 제한된 선택지가 부담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기 때문이다.

여당은 ‘공급 확대’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지만 공급 수단도 마땅치 않다. 공급 대책의 단골 메뉴인 대규모 신규 택지 개발엔 제동이 걸린 상태다.

국정기획위원회 이춘석 경제2분과 위원장은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수도권 주위에 신도시를 만드는 대책은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당장 내년부터 수도권 ‘공급 절벽’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국토부는 단기 공급 대책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신축 매입임대주택은 빠르게 공급 물량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이지만, 이미 올해까지 2년간 11만가구를 공급 카드를 써 추가 확대가 어렵다.

이런 가운데 실효성 있는 주택 공급방안에 대한 요구는 커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8일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최근 수도권 주택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기대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구체적인 부동산 공급안이 수도권에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 확대엔 시간이 걸리고, 세제는 건드리지 않겠다는 기조 속에서 금융당국이 먼저 움직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전 은행권의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을 불러 다주택자 대상 대출을 자제하고 40년·50년짜리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줄여 대출 한도를 낮추는 방안을 살펴보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핀셋대책’으로 대응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때를 놓치면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하기에 정부가 실기해선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금리가 낮아지는데, 입주 물량은 부족하고, 소비쿠폰 등으로 돈이 풀리는 지금 상황은 과거 문재인 정부 때보다 열악한 조건”이라며 “시장에 맡기는 것만으로는 치솟는 집값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지금은 ‘호흡 조절’을 할 때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은 전반적으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심리에 기반해 ‘패닉 바잉’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럴 때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같은 규제를 확대하면 ‘규제 전에 매수해야 한다’는 사인을 시장에 주는 꼴이라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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