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지역 대표 민간임대주택 아이존빌스타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됐다. 사업시행자이자 임대사업자인 DS종합건설이 지난달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입주자들 또한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
총 852세대로 2014년 5월 준공한 아이존빌스타는 5년 이후 159세대만이 분양으로 전환됐다. 이중 693세대가 여전히 민간임대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로 보증반환 문의가 폭주하는 등 혼선이 초래되고 있다.
DS종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아이존빌스타에 대한 권한은 1순위 채권자인 우리은행으로 넘어갔다. 우리은행은 조성 당시 국민주택기금대출 채권자로 현재 656억3760만원의 담보를 설정해두고 있다.
다행히 일부 법인 외 모든 세대들은 HUG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험이 가입된 상태다. 사고가 발생한 만큼 임차인이 원하는 경우 임대보증금 반환이 가능하지만 말 그대로 ‘가능하다’일 뿐 상황 자체는 녹록지 않다.
먼저는 보증사고를 접수하고 이와 관련한 심사 및 구상권 확보 절차 등 복잡한 단계가 있어 최소 수개월 이상 소요되는데 임대보증금을 빼 이사를 준비하려는 세대들은 어쩔 수 없이 계약을 이행하지 못해 계약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사고 현장이 된 아이존빌스타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임대보증금 반환을 청구해 집을 빠져나가려는 소위 ‘뱅크런’과 유사한 상황이 우려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주위 집값이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아이존빌스타 입주자 대표 A씨는 “700세대 가까운 임대아파트에 사고가 발생해 전출자가 속출할 기미가 보이자 주위 집값이 1000만~2000만원 오르고 있다”며 “영천지역 부동산시장에 왜곡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의도치 않은 전출은 공실률 증가라는 문제도 발생시킨다. 공실률이 증가하면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비를 남은 세대들이 더 감당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부담으로 또다시 전출 세대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공실 세대가 늘어남에도 당분간은 신규 세대가 입주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계약상대자인 DS종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권한 행세를 하지 못함에 따라 공실 세대에 대한 신규 계약 등 후속 대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계약상대자의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더 큰 문제는 기존 세대가 계속 거주하고 싶어도 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임대보증금을 대출한 세대들은 계약이 만료됐을 때 연장 계약서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대출이 없는 세대의 경우 현 상황에서 새롭게 계약하지 않더라도 관련법에 따른 ‘묵시적 갱신’ 즉 임대인이 갱신거절을 통지하지 않은 경우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
반면 대출이 있는 세대의 경우도 묵시적 갱신 효력은 있으나 은행에서 이를 인정해주지 않고 신규 계약서를 청구한다면 신규 계약 작성 자체가 불가능한 이 세대들은 더 살고 싶어도 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이 때문에 입주자 측은 지역 은행이 아이존빌스타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해 묵시적 계약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 임대보증금 대출 연장이 수월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며 영천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어 △우리은행과 DS종건이 협의해 현 상태로의 분양 전환 △부득이 경매·공매가 진행될 경우 우선매수권 행사 △향후 발생할 공실 세대에 대한 처리 방안 등에 대해 협의·조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아이존빌스타 입주자 대표 A씨 “입주자들 대부분이 무주택 서민으로 이번 사태는 주거 안정에 크나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약 700세대가 한꺼번에 붕괴할 우려가 있는 만큼 영천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영천시 관계자는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H에서도 찾아왔지만 케이스가 맞지 않다고 고사했다”며 “현재는 1순위 채권자인 우리은행에 권한이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좋은 결과가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영천시의회 배수예 행정문화복지위원장은 “시민들의 거주 안정을 위해서 시의회 차원에서도 사안을 면밀히 살피겠다”며 “억울하게 재산 피해를 보는 시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손주락·채동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