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출자타당성 조사 후 증액 계획까지 세웠던 사업...작년 사업성 검토 결과 ‘사업성 결여’… 법인 청산까지
경북문화관광공사가 보문관광단지 재도약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기대하며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짚라인 사업이 결국 백지화됐다.
이 사업 추진을 위해 2022년 1월 설립했던 특수목적법인(SPC) 경주보문타워㈜ 역시 지난 2월, 설립 3년 만에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법인청산을 완료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에 보문관광단지 내 새로운 랜드마크 조성을 기대했던 입주업체와 지역민들은 허탈한 심정과 함께 경북문화관광공사(이하 공사)의 방만한 경영 방식으로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졸속으로 추진한 결과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2023년 출자금 증액을 위해 타당성 조사까지 실시하고 실제 증액을 결정했던 공사가 이듬해인 2024년 실시한 사업성 검토 용역 결과에 따라 사업 중단 및 법인 청산을 결정한 것을 두고 부실 용역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미 사양 업종이 되어버린 짚라인 체험코스 개발에 수백억의 자금을 투입하는 것보다는 늦게나마 사업을 정리해 공사의 투자 여력을 확보한 것이 더 낫다는 의견도 있어 과정을 떠나 결과적으로나마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이 사업은 보문관광단지 상징형 짚라인을 조성하고 운영하는 사업으로, 공사는 2022년 1월 민간사업자 공모를 통해 선정된 아이에스지주㈜와 공동시행 협약을 체결하고 추진해왔다.
당초 계획은 높이 123m에 연면적 1016㎡ 규모의 출발타워를 세워 보문관광단지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삼고, 짚라인 주행 노선은 보문호 산책길을 따라 약 1.2km의 국내 최장거리의 체험시설을 조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세부 설계 및 실행계획 수립 중 건축비용의 급격한 상승과 건축 경기의 악화로 인해 사업성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됐다.
결국 내부에서 사업성 제고를 위해 사업 규모 및 내용을 더욱 확장‧변경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이를 받아들여 당초 164억원이던 출자금은 440억원(공사 40%, 민간 60%)으로 늘어났다.
사업비 증액과 더불어 사업 규모 역시 확장 변경됐는데, 출발타워는 연면적이 약 9배 늘어난 9274㎡로 늘어나면서 근생시설 입주를 통한 임대료 수익 증대를 노렸다.
노선 역시 기존 산책길 노선에서 보문호수를 횡단하는 노선으로 변경되면서 더욱 특화시켜나갔다.
그럼에도 사업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해 사업비 증액 계획은 실제 실행으로 옮겨지지는 않았고, 2024년 4월에 공사와 아이에스지주는 2021년 공모 당시와는 다른 현재의 경제상황을 고려한 사업성 재검토 용역을 실시했다.
삼정KPMG가 실시한 사업성 검토 결과 30년 운영을 전제로 수익성 지수(PI)와 내부수익률(IRR)이 모두 기준치에 미달되는 것으로 나왔고, 순현재가치(NPV)는 무려 9억6천만원이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사업 진행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1년 전 사업 규모 확대를 위해 실시했던 출자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와는 전혀 다른 결과에 부실 용역 의혹마저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공사와 아이에스지주 측은 약속이나 한 듯, 사업 중단으로 뜻을 맞춰갔다.
2024년 7월 25일, 공사 측이 사업성 검토 결과에 대한 아이에스지주의 의견을 요청하자, 아이에스지주는 단 5일 만인 30일 ‘사업성이 결여돼 사업 진행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한다는 내용의 의견을 공사에 회신하며, 공사와 상호합의가 필요함을 분명히 했다.
공사와의 합의가 필요했던 이유는 사업추진협약상 위약벌 조항 때문인데, 민간사업자의 포기에 따라 사업 중단 또는 협약 해지되는 경우 민간사업자가 이미 납부한 협약이행보증금(총 사업비의 5%, 약 8억2천만원)을 위약벌로 공사에 귀속되는 것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이 사정으로 인해 아이에스지주는 사업성 결여 판단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사업 중단 요청을 하지 못했고, 공사 측에 합의를 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SPC인 경주보문타워가 2024년 9월 10일 이사회를 개최해 사업 추진 잠정 중단을 결정했고, 계속 추진 여부는 주주사인 공사와 아이에스지주가 결정할 것을 의결했다.
이후 공사와 아이에스지주는 각 사 이사회를 개최해 사업추진협약 해지 및 SPC 청산을 의결하면서 2025년 2월 24일자로 SPC 법인 청산이 완료됐다.
결국 공사는 국내 최장거리 짚라인 시설과 상징형 출발타워 건설을 통해 노후된 보문단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짚라인 사업을 3년 만에 아무런 성과도 없이 백지화시켰다.
그야말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히’ 정리된 짚라인 사업은 공공부문의 신사업 추진에 있어 면밀한 사업성 검토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보여준 사례가 되고 있다.
공사 측 관계자는 “당초 계획 수립 이후 국제 정세와 경제 환경의 급속한 변화는 물론이고 짚라인을 비롯한 관광 트렌드의 큰 변화로 인해 보문 짚라인 사업이 조직 내에서 ‘골칫거리’가 됐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동안 투입한 노력과 시간이 아까워 그대로 추진했다면 두고두고 공사의 자산을 갉아먹는 문제 사업이 될 것이 자명하기에 결단을 내리고 중단했던 것”이라 말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공사가 짚라인 사업을 추진하던 당시에도 이미 짚라인은 내리막을 걷고 있는 ‘낡은 콘텐츠’였다”며, “어떤 배경과 근거를 가지고 추진했는지는 몰라도, 수백억원의 사업을 이런 식으로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 방식을 여실히 드러낸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