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억원 전자칠판 예산, 지역 업체 배제하고 비싼 값에 구매...도민 혈세 역외유출 논란...지역경제 활성화 역행...전자칠판 500~600만원에서...350~400만원으로 크게 하락...낮아진 가격 효율적 대처 못해

ⓒ김창숙 기자
ⓒ김창숙 기자

경북교육청이 113억원 규모의 전자칠판을 구매하면서 일선 학교에 구매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아 40% 이상 낮아진 예산 절감 효과를 보지 못하고 혼선만 야기하는 등 구매 행정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업체가 배제되고 막대한 예산이 역외유출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자칠판 가격은 지난해 인천지역에서 발생한 ‘전자칠판 납품비리’ 사태로 인해 500~600만원에서 350~400만원으로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경북지역 내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경북교육청이 이 같은 상황을 제대로 안내를 해주지 않아 하락한 가격을 인지하지 못하고 원래 가격인 500~600만원에 구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포항지역 A중학교는 최근 2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 전자칠판을 구매하기 위한 전시회를 개최했는데 11개 업체 중 지역 업체는 단 한 군데도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학교 전시회 참여한 업체의 전자칠판 가격은 390만원대에서 550만원대까지 천차만별인 상황이지만 일부 제품의 경우 조달청에서 확인이 되지 않은 무등록 제품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중학교가 이 같은 상황을 겪은 이유는 경북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보낸 공문에서 모호한 안내를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역 업체에 대해서도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A중학교 측은 앞서 경북교육청이 주관한 전시회에 참여한 80여개 업체 가운데 매출액을 기준으로 상위 업체 11개사를 선정했으며 지역 업체 및 350~400만원대 제품을 소유한 업체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를 받을 수 없었다고 답했다.

A중학교 관계자는 “일선 학교에서 전자칠판을 구입하기 위해 전시회를 개최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이왕 전시회를 개최했으니 잡음 없이 마무리하고 싶다”며 “지역 업체만을 대상으로 2차 전시회를 계획하겠다”고 말했다.

경북교육청의 잘못된 안내로 일선 학교에서는 같은 일을 두번하게 되는 이중고를 치르는 가운데 실제로 경북교육청이 지시한 공문에서 분명하지 않은 문구로 인해 판단은 학교에 맡기며 혼선을 초래한 정황이 포착됐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경북교육청은 지난달 26일 교육지원청과 각급학교, 유치원 등에 전자칠판을 구매할 시 유의할 사항이 있다며 공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경북교육청은 ‘현재 전자칠판(86인치)가 500~600만원에 등록돼있으나 6월부터는 등록되는 신형 전자칠판은 약 350~400만원 정도로 등록된다고 하니 각급학교는 신형 전자칠판을 구매할 수 있도록 협조 바란다’고 안내했다.

구매행정 전문가들은 경북교육청이 하달한 공문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며 먼저는 ‘등록된다고 하니’라는 카더라식 정보를 안내한 것이고 두 번째는 상당한 가격 차이에도 구매를 의무화한 것이 아닌 협조를 요청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본지 기자가 나라장터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현재 기준 경북지역 업체 중에서도 370만원대 제품이 등록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경북교육청의 안내한 350~400만원대 전자칠판은 실재한 셈이다.

따라서 경북교육청은 사실관계가 확인된 만큼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350만원대와 유사한 사양이라면 500~600만원대 전자칠판은 원천 배제해야 하는데 일선 학교에 판단을 맡기면서 혈세 낭비를 방관하고 있다.

본지 기자는 현재 350만원대 제품이 있으니 일선 학교에 이를 지시해 예산을 절감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질의했으나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이제 막 등록되고 있는 단계라 현재는 각급학교가 자체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라 본다”고 답했다.

올해 경북교육청은 전자칠판 구매에 113억원을 편성했는데 1대 구매에 들어가는 비용 600만원을 400만원으로만 줄여도 1883대에서 942대(50%)가 늘어난 2825대나 구입할 수 있게 된다.

행정 전문가 B씨는 “정해진 예산으로 같은 물품을 산다면 낮은 가격으로 구매해야 더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며 “이것은 당연한 이치인데도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현실을 경북교육청이 방치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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