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고관세·경기침체...3중고에 연구개발비 확 줄어...정부 긴밀 지원 필요성 제기
50%에 달하는 미국발 고관세, 건설 경기 침체,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 등 악재가 겹치며 국내 철강 업계가 생존을 위한 긴축 경영에 나섰다.
이로 인해 필수적인 기술 경쟁력 확보의 핵심인 연구개발(R&D) 투자마저 대폭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수요 산업에 맞춘 고부가가치 강종 개발을 위한 투자는 필수라며,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1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2025년 1분기 R&D 지출은 89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515억 원을 지출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2% 줄었으며, 동국홀딩스는 20억 원으로 0.2% 감소에 그쳤다.
세아제강지주만이 예외적으로 14억 원을 투자해 3% 소폭 증가했지만, 계열사인 세아베스틸지주는 같은 금액을 지출하면서도 전년 대비 1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KG스틸(-18%), 고려제강(-7%) 등 다수의 철강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R&D 축소 기조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당장의 수익성 방어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강종 경쟁력 확보는 장기적인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장인화 한국철강협회 회장(포스코 회장)은 지난 9일 열린 제25회 철의 날 기념식에서 “글로벌 공급과잉, 수요 부진 등 불확실성이 심화되며 철강업계는 진지하게 생존을 고민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며, “기술 우위 확보를 위한 원천 기술 및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 전문가들도 조선·자동차 등 수요 산업에 맞춤형으로 설계된 신강종 개발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범용 강종으로는 중국산과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며, “세분화되는 후방 산업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강종 개발을 위해 R&D 투자가 오히려 확대돼야 하며, 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철강업계는 수익성 악화와 투자 여력 부족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중장기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 여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특히 저가 수출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는 중국산 철강의 기술 격차 추격 속도도 빨라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지금이 바로 ‘선제적 기술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철강 산업을 단순한 중후장대 산업으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미래 수소환원제철, 친환경 자동차용 강재, 해양플랜트 고내식강 등 첨단 소재 산업으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