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25%에서 50%까지 인상...본격적인 보호무역 기조 강화...수출 전략 전면 재조정 불가피...포스코·현대제철 정면 돌파...현지 일관제철소 건설 계획

▲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인상하기로 한 50% 관세가 발효된 4일 경기 평택항에 철강제품이 쌓여 있다. ⓒ연합
▲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인상하기로 한 50% 관세가 발효된 4일 경기 평택항에 철강제품이 쌓여 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기존 25%에서 무려 50%까지 관세를 인상하는 포고문에 서명하면서, 한국 철강 업계가 사실상 '철의 장막'에 갇혔다.

글로벌 수요 부진과 국내 건설경기 침체, 중국산 저가 공세에 시달리던 철강 산업이 치명적인 외부 충격을 맞은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지시간 6월 3일,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수입관세를 50%로 상향 조정하며 본격적인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했다.

이로써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한 진입장벽이 두 배로 높아지며, 한국 철강 업체들의 수출 전략이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은 미국 철강 수입국 순위에서 6.2%의 점유율로 캐나다, 중국, 멕시코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올해 1~4월 기준 대미 철강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했고, 5월에는 20.6% 급감하며 관세 영향이 본격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25% 관세일 때는 미국 내 가격이 상승하면서 일정 부분 수출이 가능했지만, 50%는 감내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사실상 미국 시장 진입 자체가 막힌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철강 관세 인상은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도 연쇄적인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물량이 줄어들면, 중국산 저가 철강의 제3국 유입 압력이 커지고, EU 등 다른 주요 시장들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장벽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EU는 이미 지난 3월 미국의 25% 관세 발표 직후,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강화하며 선제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인상이 단순한 보호무역 조치가 아닌, 외국 기업의 미국 현지 투자를 압박하기 위한 '충격요법'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관세 인상 발표는 미국 대표 철강사인 US스틸 본사 연설에서 공식화됐으며,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와 맞물려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일본제철은 인수 승인 조건으로 약 140억 달러(약 19조 5,000억 원) 규모의 미국 내 투자를 약속한 바 있으며, 이는 미국 내 제조업 부흥과 외국 자본 유치를 동시에 노린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철강 업계 1, 2위인 포스코그룹과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한 정면 돌파 전략을 준비 중이다. 양사는 총 8조 5,000억 원 규모를 투자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해당 제철소는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때까지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당장 미국 수출길이 막힌 상황에서 국내 철강 업계는 건설 경기 침체와 자동차산업의 해외 이전 가속화 등으로 수요처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제는 단순 수출 확대가 아닌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 중심의 구조 전환이 시급하다”며 “정부 역시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 등 외국산 저가 수입품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트럼프 2기의 강경 무역 노선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한국 철강업계는 더 이상 관망이 아닌 실질적 생존 전략을 강구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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