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기관 줄줄이 예상 낮춰...한 달 만에 평균 전망치 ‘뚝’...구조적 취약성·외부충격 탓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에 대해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비롯한 40여 개의 분석기관이 줄줄이 성장률 예상치를 낮추면서, 불과 한 달 만에 평균 전망치가 0%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SG)은 기존 전망치인 1%에서 무려 0.3%로 대폭 하향 조정하며, 한국은행의 공식 전망치인 0.8%를 0.5%포인트 밑도는 수치를 제시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블룸버그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외 41개 기관이 전망한 2025년 한국 경제 성장률의 평균치는 0.985%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달 2일 조사에서 42개 기관이 제시한 평균치인 1.307%보다 0.322%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이처럼 한 달 사이 평균 전망치가 빠르게 낮아진 것은 주요 기관들이 일제히 비관적인 시각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0.8%), 캐피털이코노믹스(0.5%), 씨티그룹(0.6%), HSBC(0.7%) 등 21개 기관이 0%대 성장률을 제시하며, 전체의 절반 이상이 한국 경제가 1% 미만 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1% 성장률을 예상한 바클레이즈, 피치, 노무라증권 등 9개 기관을 더하면, 1% 이하로 본 곳이 총 30개에 달한다.
이는 조사 대상 기관의 약 73%가 한국 경제가 올해 1%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불과 4주 전만 해도 0%대 전망 기관은 9곳, 1%는 7곳으로, 1% 이하로 본 기관이 16곳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비관론이 확산된 셈이다.
특히 SG는 41개 기관 중 가장 낮은 0.3%를 제시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 4월 말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를 이유로 기존 1.5%에서 하향 조정한 0.8%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기관별 조정폭을 살펴보면, 크레디아그리콜 CIB는 1.6%에서 0.8%로 0.8%포인트 낮췄고, HSBC는 1.4%에서 0.7%로, 싱가포르 DBS그룹은 1.7%에서 1.0%로 각각 0.7%포인트씩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 밖에도 씨티그룹(0.6%), ING그룹(0.6%), JP모건체이스(0.5%) 등 12개 기관은 한국은행의 0.8% 전망치를 밑도는 수치를 제시해 현재 한은의 시각조차 낙관적이라는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한편, 소수이지만 일부 기관은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을 소폭 상향 조정했다. 바클레이즈는 기존 0.9%에서 1.0%로,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0.7%에서 0.8%로, 모건스탠리는 1.0%에서 1.1%로 각각 0.1%포인트씩 상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미중 간 관세 갈등이 완화되고, 미국의 상호 관세 유예 조치 등이 발표된 점을 들어 한국의 수출 환경이 개선될 가능성을 일부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향 조정의 폭이 미미하고, 대부분의 기관이 여전히 1%를 넘지 못하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어 전체적인 흐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성장률 전망의 급락세에 대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외부 충격과 맞물려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민간소비 위축, 건설경기 침체, 수출 부진, 고금리 지속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경기 반등의 동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국내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올해 성장률이 0%대에 머문다면 이는 코로나19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며 “정부는 단기적 경기 대응을 넘어서 산업구조 개편, 내수 진작, 투자환경 개선 등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하향 조정 추세가 지속되면 연말에는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 거론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으며, 국내 정책당국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