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굴삭기 핵심 부품인 무한궤도 사업에서 철수한다.

1986년 해당 사업을 시작한 지 39년 만이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세와 글로벌 경기 둔화, 미국의 철강 관세 인상 등 복합적 악재 속에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자, 생존을 위한 전면적인 사업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포항 1공장 중기사업부를 중견 철강사인 대주KC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중기사업부는 굴삭기용 무한궤도를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일관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생산 거점으로, 연간 생산능력은 약 20만 톤에 달한다.

규모 면에서도 국내 최대 수준이며, 글로벌 기준으로도 이 같은 생산 체계를 갖춘 업체는 현대제철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무한궤도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오랜 기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지만,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경쟁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며 “핵심 철강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고용 안정도 도모하기 위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한궤도는 특성상 정밀한 수작업이 필요한 노동집약적 제품으로, 고임금 구조를 갖춘 국내 철강사가 중국 업체와 가격 경쟁을 벌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특히 최근 들어 무한궤도 시장의 수익성은 급격히 하락했다. 현대제철에 따르면 지난해 중기 판매량은 2021년 대비 약 65% 급감했으며, 이에 따라 관련 사업의 가동률 역시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 환경도 악화일로다. 미국은 올해 3월부터 한국산 철강에 대한 수입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대폭 인상했다.

이에 따라 북미 시장 의존도가 높은 현대제철로서는 가격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국내 건설 경기 침체로 철근·형강 등 내수용 제품 수요마저 위축되며, 현대제철은 전사적인 위기 대응 모드에 돌입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초부터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임원 급여를 20% 삭감했다. 4월에는 인천공장 철근 설비의 가동을 한 달간 중단하는 등 고정비 절감을 위한 고강도 자구책을 시행 중이다. 이번 무한궤도 사업 철수 역시 이 같은 위기 대응 기조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업계는 현대제철의 결정이 철강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가 본격화되고 기술 격차마저 좁혀진 상황에서, 더 이상 저부가가치 품목으로는 수익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앞으로는 고부가 제품과 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사업 재편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측은 “국내외적으로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강도 높은 자구노력이 없이는 경영 개선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며 “핵심 역량 강화와 함께 지속 가능한 경쟁 구조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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