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경북대 연구팀, 인공지능 활용해 전국 시군구별 홍수 위험도 예측

▲ POSTECH(포항공과대학교)과 경북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최근 20년간(2002~2021년)의 홍수 피해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전국 '홍수 위험지도'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포스텍

기후변화로 인한 예측 불가능한 폭우가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전국 시군구별 홍수 위험도를 예측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서울과 인천 등 대도시가 홍수에 더 취약하다는 사실을 수치적으로 입증했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과 경북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최근 20년간(2002~2021년)의 홍수 피해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전국 '홍수 위험지도'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 결과는 환경과학 분야 저널인 '환경관리저널(Journal of Environmental Management)'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팀은 행정안전부가 기록한 홍수 피해 데이터를 바탕으로 홍수 위험을 결정하는 네 가지 핵심 요소인 '위해성', '노출성', '취약성', '대응력'을 세분화하여 AI 모델에 학습시켰다. 이는 기존의 전문가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던 '계층화 분석법(AHP)'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였다.

여러 AI 모델 중 'XGBoost'와 'Random Forest' 두 모델이 77% 이상의 높은 정확도로 홍수 피해를 예측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두 모델이 각각 다른 요소를 주요 위험 인자로 지목했다는 것이다. XGBoost는 '불투수면 비율'을, Random Forest는 '하천 면적'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분석했다.

그럼에도 두 AI 모델 모두 서울과 인천 등 대도시를 '홍수 고위험 지역'으로 평가했다. 이는 대도시의 높은 인구 밀도, 넓은 콘크리트 포장 면적, 하천 주변에 집중된 건물과 기반시설이 홍수 피해에 더 취약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홍수 위험에 대한 '예측 불확실성'을 수치화했다는 점이다. 여러 AI 모델이 공통으로 위험하다고 평가한 지역은 방재 정책의 우선순위로, 모델 간 평가가 엇갈리는 지역은 추가 조사가 필요한 곳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됐다.

논문 제1저자인 POSTECH 이은미 씨는 "AI를 활용해 환경 변화와 실제 피해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었다"며, "실질적인 홍수 대응 전략 마련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감종훈 POSTECH 교수는 "AI가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판단할 수는 없으므로, 아직까지는 전문가의 판단과 함께 활용해야 보다 정확한 침수범람 지도를 생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영훈 경북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홍수 관련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지역별 침수범람 위험지도를 생성하여 미래 지역맞춤형 홍수 및 침수 범람 대책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연구의 의미를 평가했다.

연구팀은 AI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해결책도 제시했다. '불투수면 비율'과 '하천 면적'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확인된 만큼,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빗물이 자연스럽게 땅으로 흡수될 수 있는 녹지 공간 확보와 하천 주변 개발 제한 등 자연 친화적 도시 개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 학술연구지원사업과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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