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반응 실시간 측정 통한 맞춤형 자극 기술 개발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2일 게재됐다.
배뇨장애는 소변을 자주 보거나 참지 못하는 증상부터 배변이 원활하지 않은 문제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이 질환은 특히 고령층에서 발생 빈도가 높다.
과민성 방광 질환으로도 알려진 이 증상은 화장실을 빈번히 찾거나, 소변을 참지 못하고 급하게 보거나,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요실금'이라 불리는 경미한 증상에서부터 심각한 배뇨 장애까지 그 스펙트럼이 넓다.
최근 배뇨장애 치료법으로 주목받는 '신경조절술'은 방광 기능을 제어하는 특정 신경에 미세 전기 자극을 가해 증상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기존 치료법은 자극 강도나 방식이 의료진의 경험이나 환자의 주관적 반응에 의존하여 치료 효과가 일관되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다.
POSTECH·한양대 공동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발복합활동전위(ECAP)'라는 생체 신호를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신경에 전기 자극을 가할 때 발생하는 신경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극을 정밀하게 조절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체내 삽입이 가능한 특수 전극을 포함한 소형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를 다리의 경골신경에 연결하여 과민성 방광 증상을 보이는 동물 모델에 적용한 결과, 증상이 효과적으로 조절되는 것을 확인했다.
기존에는 자극에 따른 발의 떨림 정도를 관찰하여 자극 강도를 조절했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신경 자체의 반응 신호를 직접 측정함으로써 보다 정밀한 자극 조절이 가능해졌다.
박성민 POSTECH 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교수는 "이 기술은 배뇨·배변 장애를 겪는 환자들이 더 독립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매우 실용적인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박성민교수는 글로벌 전자의료기기 기업인 메드트로닉(Medtronic)에서 MRI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식형 심장박동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그는 "ECAP 신호는 대부분의 말초신경에서 쉽게 측정할 수 있어 배뇨장애뿐 아니라 다양한 만성 신경질환 치료에도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나노및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사업,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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