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공장 지리적 이점↑…양극재 수요 대폭 증가 전망…기술력 바탕 유럽 시장 공략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 에코프로비엠이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CATL과의 협력 관계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양사의 협력 가능성은 유럽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되는 가운데 주목받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달 29일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CATL 공급을 위한 협의를 추진 중이라고 공개했다.
에코프로비엠 관계자는 "CATL이나 AESC 같은 중국 배터리 셀 업체들이 유럽에 생산 거점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면서 "향후 중국 업체들의 추진 방안을 주시하면서 구체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컨퍼런스콜에서 특정 고객사를 직접 언급한 것이 이례적인 일로, 에코프로비엠이 CATL과의 협력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의 헝가리 데브레첸 양극재 공장은 지리적으로 CATL 헝가리 공장과 불과 3km 거리에 위치해 있어 물류적 이점이 크다. 이 공장은 연간 최대 10만 8000톤의 생산능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거리가 가까우면 물류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성능 테스트만 통과할 수 있다면 공급 계약 체결 가능성이 상당할 것"이라며 "CATL을 고객사로 두게 되면 다른 중국 배터리 기업으로의 공급도 순조로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 잠재 경쟁사로 꼽히는 벨기에 배터리 소재 기업 유미코어가 최근 실적 부진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에코프로비엠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CATL은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유럽 시장 점유율을 2021년 17%에서 2024년 38%로 급격히 높였다.
CATL의 헝가리 공장은 올 하반기 가동 예정이며, 연간 생산능력 100GWh(기가와트시)를 갖출 계획이다. 이는 독일이나 스페인 공장보다 훨씬 큰 규모로,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수요가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양사의 협력 가능성은 나트륨이온 배터리 분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CATL은 지난달 테크데이에서 2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 '낙스트라'(Naxtra)의 상용화 준비가 완료됐으며 하반기 중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낙스트라는 에너지밀도가 1㎏당 175와트시(Wh)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비슷한 수준이며, 영하 40도에서도 충전량의 90% 이상을 유지하는 특성을 갖추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나트륨 양극재 기술력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대표는 지난 3월 인터배터리 2025에서 "에코프로의 나트륨이온 배터리 기술력은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며 "나트륨이온 배터리와 관련해 빠른 속도로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배터리 소재 업계가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배경에는 유럽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CATL, BYD, CALB 등 중국계 기업의 점유율은 올해 1월 기준 56.3%에 달한다.
이는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이후 저가형 배터리 채택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업계는 미국의 견제로 인해 북미 시장으로 진출하기 어려운 만큼 해외 진출이 가능한 지역은 유럽밖에 없다"면서 "더구나 유럽의 신성 배터리 업체로 주목받았던 노스볼트가 파산하는 등 유럽 자체 배터리 공급망 구축이 어려워진 만큼 유럽 내 중국 배터리의 입지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