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연구원, 임대료 상한 조정 등 제도 재설계 방안 제시

국토연구원이 임대차 2법의 수정·보완을 통한 제도 재설계를 제안할 예정이다. 이 법안이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의도한 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연구원은 국토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임대차 2법의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임대료 인상 상한을 현행 5%에서 10% 이내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 저가주택에 한정해 임대차 2법을 적용하는 방안, 그리고 계약 시 임대인과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과 상한 요율 적용 여부를 협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임차인들의 안정적 주거 보장이라는 제도의 목적과 달리 2020년과 같은 전셋값 급등기에는 오히려 임차인을 힘들게 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갱신계약 시 인상률이 5%로 제한되지만, 이후 신규계약에서는 제한이 없어 집주인들이 4년 치 임대료 인상분을 한꺼번에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임차인들은 4년마다 높은 보증금 인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또한 계약 관련 권한이 임차인에게 집중되면서 임대인의 재산권 행사가 제약받는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갱신권 사용 후 추가된 2년을 채우지 않고 일방적으로 중도 퇴거를 요구해도 임대인은 3개월 내에 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박 연구위원은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는 임차인이 신규 계약을, 상승기에는 갱신 계약을 선호하게 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며 "임차인 보호와 임대인 재산권 보장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고가 전세 임차인을 정책 보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임대차 2법의 취지는 사회적 약자인 임차인 보호인데, 고가 전세주택 거주자까지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보증금 5억원 이상 전세는 임대차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한 "임대인 규제가 강화되면 임대사업 포기자가 늘어 공급이 감소할 수 있으므로, 임차인 보호를 위해서라도 임대인에 대한 과도한 재산권 제약은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임대차 2법 개편 논의를 시작했으나, 개편 방향은 아직 불확실하다.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따라 제도 개편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미 임대차 제도는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는 최근 발표한 '20대 민생 의제'에 주택 임차인의 전세 갱신 계약 기간을 최장 10년까지 연장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란이 일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당 공식 입장이 아니며, 개인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저작권자 © 영남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