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한일 철강 협력 상징 종료…경쟁 관계로 전환 예고
포스코홀딩스가 4678억원 규모의 일본제철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반세기 동안 이어온 한일 철강 협력의 상징적 관계가 종료될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일본제철 주식을 매각 예정 자산으로 분류하고 처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번 결정은 포스코홀딩스가 주력 사업과 관련 없는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저수익 사업 매각을 통해 약 66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며 “이번 일본제철 주식 매각에 이어 제철소 일부 설비 매각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으로 양사 간 오랜 지분 관계가 완전히 정리될 전망이다. 일본제철은 이미 지난해 9월 US스틸 인수 추진 과정에서 보유하고 있던 포스코홀딩스 주식 289만4712주(3.4%, 약 1조1000억원)를 전량 매각한 바 있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일본제철이 먼저 주식을 매각한 데다 최근 실적 악화로 현금흐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주식 매각에 대해 사전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대표 철강기업 간 상호 주식 보유는 한일 철강업계의 오랜 협력 관계를 상징해왔다.
1960~70년대 포항제철소 설립 당시 일본 야하타제철(현 일본제철)은 기술을 제공했으며, 대일청구권 자금의 25%가 포항제철(현 포스코) 설립에 투입됐다.
고(故) 박태준 포스코그룹 명예회장은 2005년 “포항제철소를 건설할 때 나의 영혼에는 언제나 ‘지일을 통한 극일’이 있었다”며 “포스코와 신일본제철은 경쟁과 상부의 친구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양사 관계는 1980~90년대 한국 철강업체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며 일시적으로 긴장됐으나, 2000년대 들어 상호 지분 보유를 통해 협력 관계를 강화했다.
일본제철이 처음 보유했던 포스코홀딩스 지분은 0.1%에 불과했으나, 이후 24년 동안 3%까지 확대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지분 매각 시점이 미묘하다고 지적한다. 현대제철이 최근 제소한 열연강판 반덤핑 소송에 일본제철도 덤핑 판매 대상자로 포함됐기 때문이다.
일본제철 이마이 다다시 사장은 일본철강연맹 회장 자격으로 “즉각적 조치를 해야 한다”며 한국의 반덤핑 소송에 반발한 바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일본제철 지분 매각으로 양사의 전략적 관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이제는 서로를 글로벌 경쟁자로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