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주도권 확보로 연간 영업이익 첫 역전 가능성... 업계 판도 변화 조짐

반도체 업계에 지각변동의 조짐이 일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점하며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연간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처음으로 추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에 연결 영업이익 7조30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SK하이닉스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5조3천845억원으로, 삼성전자 DS부문의 예상 실적인 12조원대 안팎을 이미 앞서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연결 영업이익을 23조4천812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 DS부문은 20조원을 밑도는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실적 역전의 주요 요인으로는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주도권 확보가 꼽힌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의 김광진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올해 HBM3E 8단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것처럼 4분기부터 본격화하는 12단 시장에서도 독주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의 열세와 파운드리 사업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수주 부진과 낮은 가동률로 인해 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세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의 격차도 더욱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진투자증권의 이승우 리서치센터장은 "AI라는 새로운 시대의 막이 오르면서 기업의 전략적 대응의 성공과 실패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1990년대부터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주도해온 삼성전자의 왕좌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AI 시대의 개막과 함께 반도체 업계의 판도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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